바이오항공유는 동물성지방, 식물성오일, 해조류 등을 기반으로 만들어 탄소배출을 줄인 항공유를 말한다. 현대오일뱅크의 차세대 주력 친환경제품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5일 현대오일뱅크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강 사장은 바이오항공유산업을 키우기 위해 충남 대산에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강 사장은 2025년까지 글로벌 바이오항공유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관련 기술연구와 원료 확보망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강 사장은 바이오항공유 제조와 생태계 조성을 위해 국내 항공사와 협력관계도 다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6월 바이오항공유 규격제품 생산과 상용화를 위한 연구조사를 위해 대한항공의 기초데이터를 토대로 협력하기로 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대한항공은 2017년 국내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바이오연료가 혼합된 항공유를 사용해 미국 시카고에서 인천까지 운항한 적이 있어 바이오항공유 개발에 의미있는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 사장은 대한항공과 업무협약을 맺는 자리에서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정유회사에도 큰 기회가 될 것이다”며 “대한민국 항공산업을 대표하는 대한항공과 함께 변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 사장이 이처럼 바이오항공유사업에 의욕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친환경흐름에 따른 시장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현재 세계 바이오항공유 사용량은 연간 2만~3만 톤으로 전체 항공유 사용량에 0.1%에 불과하고 코로나19로 항공산업도 침체돼 있다. 하지만 앞으로 친환경흐름이 강화되면 바이오항공유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올해부터 국제선 항공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국제항공 탄소감축제도(CORSIA)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 이 탄소감축제도를 2027년부터는 의무적으로 이행하도록 규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항공산업에서 이처럼 친환경흐름이 강조됨에 따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 바이오항공유 수요가 연간 6천만 톤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2022년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강 사장이 바이오항공유사업에 힘을 주는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더 많은 투자자들을 설득해 더 큰 규모의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현대오일뱅크의 새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크다.
강 사장이 올해 3월 바이오항공유를 포함한 생물성 원료(화이트바이오), 수소, 전기차 소재 등 친환경사업을 크게 확대하는 대신 부침이 심한 정유업 매출비중을 현재 85% 수준에서 2030년까지 45%로 줄인다는 '비전 2030'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대규모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이뤄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0년대 후반부터 기존 정유사업에서 플라스틱과 합성공무의 소재를 생산하는 석유화학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히면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왔다.
2014년 유가가 폭락하면서 실적이 고꾸라져 사업 다각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유가 변동으로 2020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5933억 원을 보며 실적이 또다시 고꾸라져 재무상황이 녹록하지 않게 됐다.
현대오일뱅크의 부채비율은 2019년 말 기준 136.3%에서 2021년 1분기 195.1%로 나빠졌고 같은 기간 총차입금 의존도도 33.8%에서 48.6%로 높아졌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현금성자산도 2222억 원가량에 머문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자체 설비투자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자회사 현대쉘베이스오일, 현대케미칼 등에 1조9천억 원을 추가로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공개 흥행이 절실할 수 밖에 없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바이오항공유 시장은 아직 성숙하지 않은 초기단계인 만큼 기민하고 철저하게 대응해 선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