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올해 연간 최대실적을 새로 쓰게 될까? 자동차강판 가격 인상이 하반기 이뤄지면 따놓은 당상이다.
국내 자동차강판 가격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일본시장에서 기존 예상치를 웃도는 인상이 이뤄져 하반기 국내 철강회사들도 자동차강판 가격을 인상할 공산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하반기 자동차강판 가격이 상반기와 비교해 10만 원 이상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강판 가격은 글로벌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는 일본시장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왔다.
최근 일본제철과 토요타자동차의 가격협상에서 기존 예상을 웃도는 수준으로 인상 합의가 이뤄져 국내 가격 인상과 관련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일본제철과 토요타자동차는 최근 자동차강판 가격을 2만 엔(약 21만 원) 인상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차강판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제철과 토요타자동차가 이번에 합의한 자동차강판 가격 인상 금액은 2019년 4월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많다”며 “국내 자동차강판 가격은 최근까지 일본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에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4분기 수익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최근 자동차강판 가격의 주요 지표인 글로벌 철광석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포스코와 현대제철로서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추가 가격 인상이 힘들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했다.
철광석 가격은 철강 생산가격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핵심 원재료다. 그동안 국내 철강제품 가격 인상요인도 철광석 가격 급등에 있었다.
다만 철강제품 수요가 공급보다 커 철강업체로서는 원재료 가격 인상을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25일 중국 칭다오항으로 수입된 철광석 현물가격은 1톤에 148.66달러로 집계됐다.
철광석 가격이 8월 초 한때 132.66달러까지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소폭 상승했지만 상반기에 1톤에 200달러를 웃돌던 철광석 가격 상승세는 한풀 꺾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동차강판 가격 인상 가능성이 커진 점은 국내 철강회사들의 추가적 수익성 개선에 힘이 될 수 있다.
특히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면 상반기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는 상반기 전망치보다 대폭 상향됐다.
2일 금융정보회사 FN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7조8391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이전까지 연결기준 포스코의 연간 최대 영업이익은 2008년 7조1700억 원인데 이를 웃도는 수준이다.
2분기 실적발표가 나오기 이전인 올해 5월에만 하더라도 포스코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는 6조887억 원으로 전망됐다. 3개월여 만에 28.75% 늘었다.
현대제철도 마찬가지다. 증권사들은 현대제철이 올해 연간 영업이익으로 1조9810억 원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의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도 3개월 전인 5월보다 50.48%나 증가했다.
이전까지 현대제철의 연간 최대 영업이익은 2014년 거뒀던 1조4911억 원인데 올해 전망치가 상향하면서 시장에서는 포스코와 함께 현대제철도 연간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중국지역 내 철강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중국 철강사들이 다시 한국으로 저가 철강을 수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현지 열연 유통가격은 8월 4주차 평균 5649위안으로 8월 3주 평균 열연 유통가격보다는 0.3% 올랐지만 7월 평균가격과 비교하면 여전히 3.9% 낮은 수준이다.
중국 철강사들은 수출 장려정책이 축소된 점을 고려해 상반기 높은 현지 수요에 대응하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최근 상대적으로 중국에서 철강제품 가격이 하락한 만큼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중국 철강사들이 하반기 국내로 철강제품을 유통할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수요가 공급보다 강세인 만큼 중국제품이 국내 철강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