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1-09-03 13: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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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전자제품 최대 생산지로 꼽히는 베트남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하고 있다.
생활가전과 스마트폰 등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에 관한 악영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베트남 호치민에 있는 삼성전자호치민가전복합단지(SEHC). <삼성전자>
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가 7월9일부터 시행된 호찌민 봉쇄조치를 더 강화해 15일까지로 연장하면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은 생산차질이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애초 베트남 당국은 감염 확산을 우려해 호찌민 시민들이 식품을 사거나 병원을 방문하는 등 필요한 때만 외출할 수 있도록 제한해 왔다.
하지만 이후에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8월23일부터는 통제 수위를 높여 모든 외출을 금지한 뒤 시민들에게 생필품을 배급하고 있다. 화물차를 포함한 차량의 운행도 훨씬 더 까다로워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장인 삼성전자호찌민가전복합단지(SEHC)도 운영이 어려워졌다.
삼성전자호찌민가전복합단지는 7월부터 당국 지침을 받아 직원용 임시숙소를 마련하는 등 봉쇄조치가 이뤄지는 중에도 생산이 이뤄지도록 힘썼다. 하지만 공장 가동률은 현재 30~40%대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호찌민가전복합단지는 청소기, 세탁기, 냉장고, TV 등을 생산한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장 가운데 최대 규모로 꼽힌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조2731억 원, 영업이익 4193억 원을 거뒀다. 공장이 하루 멈춘다고 가정하면 매출 170억 원을 손해 보는 셈이다.
생활가전과 TV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CE부문(소비자가전) 전체적으로 봐도 호찌민 사업장의 비중이 상당하다.
삼성전자 CE부문의 지난해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8조1733억 원, 3조5615억 원에 이른다. 삼성전자호찌민가전복합단지가 삼성전자 CE부문 매출의 13%, 영업이익의 12%가량을 차지한다.
베트남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호찌민에 적용된 강도 높은 봉쇄조치가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북부에는 삼성전자 주요 스마트폰 제조 공장과 관련 부품 공장들이 있다”며 “베트남 당국의 조치가 호찌민 이외 지역과 인접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 박닌과 타이응우옌에서 스마트폰을 연간 1억5천만 대가량 생산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스마트폰 생산량의 절반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도 베트남에서 코로나19에 의한 스마트폰 생산차질을 겪었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생산량은 5850만 대로 1분기보다 23.5% 감소했다.
다른 주요 스마트폰기업과 비교해도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샤오미는 2분기 스마트폰 4950만 대를 생산해 1분기보다 생산량이 2.0% 줄어드는 데 그쳤다. 오포와 비보의 생산량 감소율은 각각 6.6%, 8.1%에 머물렀다.
2분기 애플 아이폰 생산량은 4200만 대로 1분기보다 22% 감소했지만 삼성전자보다는 변동폭이 작았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량 위축은 샤오미 등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다른 스마트폰기업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는 올해도 분기별, 연간 스마트폰 생산량 1위를 유지할 것이다”며 “그러나 점점 더 줄어드는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베트남의 코로나19 방역조치는 당분간 강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통계사이트 코로나보드에 따르면 베트남 일일 확진자는 8월15일 1만9296명으로 최대치를 보인 뒤 현재까지 대체로 1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가 집계한 베트남 백신 접종률은 1일 기준 2.8%에 불과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