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온라인투표와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가 진행되며 4일과 5일 각각 대전·충남과 세종·충북에서 현장투표와 개표가 이뤄진다.
충청권은 지역순회 경선의 첫 격전지인 데다 영남·호남의 지역색이 없다.
투표성향도 이념성보다 현실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이에 충청권는 특정 후보가 대세를 형성하고 있지 않다. 특히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온 만큼 본선 경쟁력을 놓고도 중요한 시험대가 될 지역이다.
이 때문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 지역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는다면 결선투표 없이 무난히 최종후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정치권에서 많이 나온다.
이 지사는 과반 득표율을 얻을까?
우선 이 지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금씩 우상향하고 있지만 곧바로 과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뢰로 27~28일 전국 만18세 이상 1015명을 대상으로 여야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벌인 결과 이 지사는 29.1%를 얻었다. 30%대에 거의 근접한 수치로 한 달 전(7월30~31일) 조사에서 나타난 27.4%보다 1.7%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같은 조사에서 범 진보권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 항목의 대전·세종·충청만 놓고 보면 이 지사는 직전 조사보다 10.7%포인트 오른 33.9%, 이낙연 전 대표는 0.3%포인트 오른 13.9%로 집계됐다. 상승폭에서는 이 지사의 우위가 확연히 점쳐지지만 과반을 넘기지는 못했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가 충청권에서 팽팽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23~24일 전국 만18세 이상 2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살펴보면 대전‧충청‧세종에서 이 지사는 25.5%, 이 전 대표는 23.1%로 오차범위 안(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에서 접전을 펼쳤다. 박용진 의원 7.4%, 정세균 전 국무총리 6.3%,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6.5%, 김두관 의원 1.4%로 집계됐다.
선두권의 두 사람을 빼고 나머지 후보들도 초반 승기를 잡기 위해 충청권 민심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이 이 지사한테는 과반 득표를 어려움을 더하고 있는 셈이다.
이 지사는 27일부터 사흘 동안 대전과 충남, 충북 일대를 전방위로 누비며 대세론 굳히기에 나섰다.
장인의 고향인 충북 충주를 연고로 '충청의 사위'를 자처하며 충청권 7대 공약을 내놨다.
이 지사의 7대 공약은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와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행정수도 완성 △충청권 첨단산업 벨트 조성 △광역철도망 조기 구축 △충청권 메가시티 조성 △친환경 관광벨트 구축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와 시멘트산업 등 탄소중립산업 전환 △2027년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의 충청권 공동유치 지원 등이다.
하지만 충청권 민심 잡기에서 공약은 큰 힘이 되지 않을 듯하다.
모든 후보들의 공약이 충청권의 관심사인 국가균형발전, 행정수도 완성 등에 집중돼 있다. 이 지사가 공약으로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이 지사의 7대 공약 가운데 △행정수도 완성 △세종의사당 설치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충청권 메가시티 △광역철도망 구축 등은 다른 민주당 대선 주자들도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 지사는 충청권 현역의원들의 지지에서 다소 밀리는 모양새다.
충청권 민주당 의원 20명 가운데 이재명 캠프에는 황운하·강준현·문진석·변재일 의원 4명이 활동하고 있다. 5선인 변재일 의원(충북 청주청원구)을 제외하면 모두 초선 의원이다.
반면 이낙연 캠프 쪽은 홍성국·박완주·이장섭·어기구·박영순·정정순·임호선 의원 7명이 뛰고 있다. 이른바 충청권 '친문' 핵심인 도종환·김종민 의원은 특정 캠프에 합류하지 않고 있지만 이 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을 비판하는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이낙연 캠프 윤영찬 정무실장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표심이 대의원, 권리당원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며 “이재명, 이낙연 후보가 거의 오차범위 안에서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 쪽은 본선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결선투표 없는 본선 직행이 필요하다며 과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우원식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30일 주간 브리핑에서 “네거티브가 극심한 경선 과정의 상처를 최소화하고 경선 후보 캠프간 빠른 화학적 결합을 위해 1차 투표 과반 득표가 꼭 필요하다”며 “그 첫 관문인 충청에서 과반 승리가 곧 대선 승리라는 점을 잊지 않고 모든 힘을 모아 사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이 지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와 격차를 벌리며 대세를 굳히고 있다”며 “과반 득표율을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 쪽의 장담과 달리 '과반에 가까운 승리'를 점치는 시선도 있다.
충청권이 원래부터 한 쪽으로 표를 몰아주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논거로 든다. 실제 2017년 민주당 경선에서 '대세론'을 형성했던 문재인 후보도 47.8%를 기록해 과반 득표를 얻지 못했다.
반대로 전체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 쪽은 일정 수준의 지지율을 얻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득표율이 이 지사의 절반 수준에 머문다면 향후 지역순회 경선을 이어갈 동력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할 수 있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에 관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