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이 회사이름에서 삼성을 떼고 르노 브랜드로 홀로서기를 앞두고 전기차 르노 조에 판매량 확대에 더욱 힘쓸 것으로 보인다.
르노 조에가 르노삼성차의 전기차 선봉 역할을 맡고 있는 데다 르노그룹 본사 차원에서 르노삼성차 부산 공장의 전기차 생산과 관련한 구체적 계획이 나오지 않아 르노 브랜드 홀로서기에서 조에의 역할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19일 르노삼성차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르노삼성차는 내년 9월부터 삼성을 떼고 새로운 회사이름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삼성차는 2020년 8월 ‘삼성’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 당시 2022년 8월까지 2년 동안만 유예기간을 두도록 삼성과 합의했다.
특히 르노삼성차 2대 주주인 삼성카드가 르노삼성 지분 19.9%를 모두 매각하기로 방침을 세운 만큼 예정된 르노 브랜드 홀로서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삼성카드의 르노삼성차 지분 매각과 관계없이 브랜드 사용권 계약은 현재 유예기간으로 내년 8월까지 사용할 수 있다”며 “새로운 회사이름을 어떻게 정할 지 검토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시뇨라 사장으로서는 내년 회사이름 변경 전까지 한국 자동차시장 고객들에게 르노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려야할 과제를 안게 됐다.
르노삼성차에서 수입하는 르노 브랜드 차량 판매량을 보면 한국 시장에서 르노 인지도 높이기 과제는 시급한 문제로 볼 수 있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모두 3만3798대 자동차를 팔았는데 이 가운데 르노 브랜드 차량 판매대수는 2219대로 약 6%에 그쳤다.
내수판매를 이끌고 있는 XM3와 QM6, SM6 등은 모두 르노삼성차 부산 공장에서 생산 판매하는 차량이다. 엠블럼으로 르노의 '로장주(마름모)'가 아닌 르노삼성차의 ‘태풍의 눈’이 적용된 차종이다.
물론 르노삼성차가 태풍의 눈 엠블럼 소유권을 들고 있는 만큼 회사이름에서 삼성을 뗀 뒤에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이름 변경 뒤 르노 로장주로 엠블럼을 통합할 공산이 크다.
과거 GM대우도 한국GM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쉐보레 브랜드 도입을 발표하면서 2011년 엠블럼을 모두 쉐보레 엠블럼으로 바꿨다.
시뇨라 사장으로서는 르노 브랜드 인지도 높이기를 전기차 르노 조에를 중심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별다른 신차 출시계획이 없는 만큼 전기차에서도 르노 조에가 유일한 판매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르노 조에는 삼성과 브랜드 계약이 끝난 이후 처음 한국시장에 출시된 전기차인 데다 르노삼성차에서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유일한 전기차 모델이라는 점에서 미래 모빌리티를 대표하고 있다.
물론 르노 조에는 소형전기차로 현재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과 비교하면 크기가 작지만 생애 첫 차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다면 한국시장에서 ‘볼륨모델’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르노삼성차가 올해 르노 조에와 관련해 전국 시승행사를 지속해서 여는 등 고객과 접점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의견에 힘이 더한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5월 일반 고객들의 전기차 체험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전국 전시장에서 ‘전기차 체험 with 조에’ 시승행사를 한 달에 거쳐 열었다. 아울러 신세계프리미엄 아울렛과 협업하는 등 체험기회를 늘리는 데 힘써왔다.
르노 조에는 한국시장에서 월 판매량이 현재 100여 대에 머물러 있지만 르노그룹 본사가 있는 유럽에서는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다.
르노 조에는 2020년 유럽에서 모두 10만657대 팔렸다. 유럽 전기차시장 전체 판매량 75만5941대에서 13.3% 비중으로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테슬라 모델3의 유럽판매량은 8만6599대, 독일 폴크스바겐의 ID.3은 5만3138대로 기존 전기차 강자들을 모두 제친 것이다.
한국시장에서도 최근 인기 전기차 모델은 월 평균 3천 대 이상 팔리면서 전체 판매량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도 시뇨라 사장으로서는 르노 조에를 앞세워 르노삼성차의 침체된 국내 판매 분위기의 반전도 꾀할 수 있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내에서 자동차를 모두 3만3798대 팔았다. 2020년 같은 기간보다 45.1%나 줄었다.
르노삼성차는 2020년 영업손실 796억 원을 봤는데 올해도 내수판매가 부진해 분위기 반전이 절실하다. 더구나 르노 브랜드 인지도도 빠르게 높여야 하는 만큼 르노 조에 내수 판매량을 늘리는 데 힘줘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시뇨라 사장은 온라인 사내행사를 통해 "올해 내수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사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