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의 최근 실적 개선과 성장성 확보에 힘입어 재매각 추진시기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은행이 이미 롯데카드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잠재적 인수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인수전이 진행되면 현대카드나 삼성카드 등 전업카드사가 참여하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19일 롯데카드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에 인수 뒤 금융자산 증대와 수익성 개선, 사업 효율화와 상품 경쟁력 강화 등으로 좋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2019년 롯데카드를 인수한 뒤 재매각을 염두에 두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온 결과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모펀드가 일반적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재매각을 통해 차익을 노리는 점을 고려하면 MBK파트너스도 꾸준히 롯데카드 재매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MBK파트너스는 이전에 ING생명을 인수한 뒤 약 3년 만에 재매각을 추진한 적이 있고 두산공작기계와 코웨이 매각작업도 인수가 마무리된 지 3년이 지난 시점부터 진행되기 시작한 사례가 있다.
롯데카드가 지금과 같은 실적 증가세를 지속하며 성장성을 증명해 기업가치를 유리하게 인정받을 수 있다면 MBK파트너스가 내년부터 매각절차를 시작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롯데카드는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 1086억 원을 내 지난해 상반기보다 69% 늘었다. 2020년 연간 순이익도 2019년과 비교해 약 129% 늘어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의 롯데카드 매각 추진시기와 관련한 조건 등 내용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며 “업계 통상적으로 볼 때 인수 뒤 3년~5년 정도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롯데카드를 인수할 만한 후보에 이전부터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우리은행이 MBK파트너스의 롯데카드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해 이미 롯데카드 지분 20%를 확보한 만큼 우리금융지주에서 추가로 지분을 인수하면 경영권을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인 우리카드가 최근 자체 카드결제망 구축을 검토하고 추진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면서 롯데카드 인수 참여와 멀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우리카드는 현재 BC카드 결제망을 이용하고 있는데 우리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한 뒤 우리카드와 합병한다면 롯데카드의 기존 결제망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우리카드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자체 카드결제망 구축을 검토하는 것은 결국 롯데카드와 합병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최근 우리금융캐피탈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보험사와 증권사 등 추가 인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는 점도 롯데카드 인수 우선순위가 밀릴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롯데그룹에서 처음 롯데카드를 매각할 때 하나금융지주가 인수전에 참여했다 고배를 마신 만큼 재매각이 추진될 때 다시 인수전 참여를 노릴 수 있다는 전망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다만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 경영진이 다른 신용카드사를 인수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있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가 아닌 현대카드나 삼성카드가 롯데카드를 인수해 업계 1위로 도약할 기회를 노릴 수도 있다.
지난해 신용카드 이용실적 기준으로 신한카드는 약 21.1%, 현대카드는 17.6%, 삼성카드는 17.7%, 롯데카드는 10% 안팎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카드나 삼성카드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단숨에 국내 1위 카드사로 도약할 수 있다.
현대카드가 최근 소매금융업 매각을 추진하는 한국씨티은행의 카드부문 분할인수를 검토했다고 밝힌 만큼 향후 롯데카드 인수 기회도 충분히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카드는 기업가치를 유리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리며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데 롯데카드와 인수합병하면 카드업계 1위 기업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삼성카드는 현재 르노삼성자동차 지분 19.9% 전량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롯데카드 인수와 같은 대규모 투자에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떠오르고 있다.
삼성카드가 보유한 르노삼성차 지분가치는 상반기 말 장부가액 기준 2492억 원이고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가치는 인수 당시 기준으로 약 1조 원 규모다.
삼성카드가 카드업계 유일한 상장사인 만큼 시장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자금을 조달하거나 모회사인 삼성생명에서 자금지원을 받는다면 충분히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도 한때 삼성카드 매각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예 인수합병을 통해 업계 1위 카드사를 세운 뒤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업계는 최근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대출규제,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추진과 핀테크기업의 지불결제시장 진출 확대 등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카드업이 데이터 기반 산업으로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는 만큼 롯데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기반과 카드결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인수합병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롯데카드가 롯데그룹에서 계열분리된 뒤에도 롯데그룹 유통계열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유통 분야 데이터 확보에 장점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매각 추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