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쿠팡은 올해 2분기에 증권사들의 평균 예측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실적을 거두면서 장이 마감된 뒤 시간외거래(애프터마켓)에서 주가가 10.93% 급락한 32.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쿠팡은 2021년 2분기 매출 44억7800만 달러(약 5조1811억 원)를 거뒀는데 이는 미국 증권사들의 평균 예측치였던 44억5천만 달러보다 2800만 달러 초과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EPS(주당순이익 또는 주당순손실)은 -0.30달러로 증권사의 평균 예측치였던 -0.133달러에 못 미쳤다.
6월17일 발생한 덕평물류센터 화재 관련 비용이 2억9500만 달러(약 3413억 원)나 발생해 순손실 규모가 커진 것이다. 다만 쿠팡은 보험을 들고 있는 만큼 화재 관련 손실은 3분기에 보험금을 받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쿠팡은 2분기 시장 기대치만큼 순손실 규모를 줄이는 데 실패해 투자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쿠팡이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시가총액이 70조 원에 달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매출 증가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배송비용을 낮춤으로써 마진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쿠팡의 전체 매출에서 판매, 일반 및 관리비용(SG&A) 비율은 2018년 31%에서 2019년 27%, 2020년 22%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런 흐름을 고려해 미국 증권사들은 보수적으로 가정하더라도 쿠팡이 2023년 흑자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쿠팡이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손실규모가 커지면서 쿠팡의 흑자전환시기가 2024년 이후로 늦춰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투자하는 스타트업 와이드알파는 2일 ‘쿠팡 투자를 피해야 하는 3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내 “쿠팡은 현재 한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적자를 내고 있다”며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가격을 인상하거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와이드알파는 “쿠팡은 아직 다른 시장에서 한국에서의 성공을 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며 “많은 투자자들이 쿠팡을 아마존에 비유하지만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같은 수익성 있는 사업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고 덧붙였다.
김범석 쿠팡Inc 대표는 지금 시점에는 수익보다는 투자를 통한 점유율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5월 “단기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는 장기적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매력적 기회가 있을 때마다 투자를 계속하겠다”며 지금은 적자를 내더라도 투자를 강화해야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쿠팡이 적자폭을 줄임으로써 몇년 안에는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향후 투자금 확보 등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당장 쿠팡은 9월6일 막대한 주식이 보호예수(락업)에서 해제된다.
당초 쿠팡은 3월 상장할 당시 180일의 보호예수기간을 뒀다. 상장 12거래일 뒤 주가가 공모가의 33% 이상인 46.55달러를 넘어서면 대형투자자들이 지분을 일부 팔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뒀지만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쿠팡 대주주들의 주식 대량매각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9월6일 보호예수가 해제되면 쿠팡의 주요 대주주들이 자금회수(엑시트)를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쿠팡의 주요 대주주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33.1%), 그린옥스캐피탈(16.6%), 매버릭홀딩스(6.4%)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이끌고 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SBG) 회장은 이미 쿠팡이 상장하기 전인 2020년 쿠팡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만약 손 회장 등의 대주주들이 쿠팡의 향후 성장성에 의구심을 품고 대규모 차익실현에 나선다면 유통주식 수 폭증에 따른 주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다면 향후 쿠팡은 현재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이커머스시장은 단기적으로 쿠팡을 포함해 업계 전반적으로 비용 증가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며 “9월에 쿠팡 주식의 지분 약 83%의 보호예수가 해제되는 만큼 매도물량이 나올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