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이 2021년 임금협상을 노조와 매듭짓지 못하면서 하반기 생산계획을 놓고도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카젬 사장은 새로운 노사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해 생산 확대에 박차를 가해야 하지만 노조 내부에서 집행부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교섭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나온다.
28일 한국GM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GM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 새 잠정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해 8월 첫째 주 여름휴가가 끝나는 대로 재협상 일정을 잡고 교섭을 다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젬 사장으로서는 올해 임금협상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하반기 생산에 총력을 다하려던 계획에 일정 부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한국GM은 이미 상반기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약 8만 대 규모의 생산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카젬 사장은 상반기에 생산손실을 본 만큼 하반기에 생산계획을 촘촘히 짜 추가 생산을 통해 이를 만회해야 할 필요성이 컸다. 하지만 임금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서 생산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계속 안게됐다.
특히 재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카젬 사장은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27일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데는 한국GM 노조 일반조합원들의 기대와 집행부 사이에 시각 차이가 컸던 점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런 만큼 앞으로 협상에서 노조 집행부의 회사를 향한 협상 눈높이도 이전과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GM 노조 조합원들은 2020년까지 3년째 기본급을 동결해 올해 기본급 인상과 관련한 기대감이 높았다.
실제 한국GM 노조는 2021년 요구안에 기본급 월 9만9천 원 인상, 통상임금의 150%에 해당하는 성과급, 격려금 400만 원 지급 등을 뼈대로 담았다.
부결된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3만 원(호봉승급분 포함)인상과 성과급 및 격려금 450만 원 등으로 애초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노조 내부에서 나왔다.
한국GM 노조 현장조직 들불은 이번 잠정합의안과 관련해 26일 "노조가 4년째 교섭에서 회사에 4연패했다"며 "무엇이 그렇게 급했나"고 비판하는 내용을 소식지에 내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들의 눈높이에 맞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회사를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선이 나온다.
한국GM 노조는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과 달리 올해 쟁의권을 확보했음에도 21일 하루 부분파업을 한 것 이외에 별다른 쟁의활동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름휴가 이후 교섭에서는 변화된 태도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집행부로서는 이제 '여름휴가 전 빠른 타결'이라는 교섭 명분도 사라진 만큼 최대한 기존 잠정합의안보다 높은 수준을 끌어내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노조가 26일 발행한 소식지에 따르면 김성갑 한국GM 노조지부장은 임금 성과와 관련해 회사로부터 추가 사항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조합원 생활임금을 확보하기 위해 휴가 이전에 타결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잠정합의안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노조와 협상 장기화 가능성에 카젬 사장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GM은 2020년까지 7년째 영업손실을 내면서 누적 적자만 거의 5조 원에 이르고 있다.
카젬 사장은 2017년 9월 한국GM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 정상화를 내걸었지만 아직까지 한 차례도 영업이익을 내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사항이 늘어난다면 카젬 사장이 본사에서 위임받은 결정 권한을 넘어갈 공산이 크다. 더구나 GM본사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 등에 천문학적 투자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노사협상을 위해 본사를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한국GM 관계자는 "추후 교섭과 관련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