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감 백신과 대상포진 백신을 시장에 내놨고 자궁경부암, 소아장염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등 성과와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업가치를 지속해서 끌어올려 백신명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자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과를 내야 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후보물질 GBP510과 NBP2001을 개발하고 있다.
GBP510은 빌&멜린다게이츠재단과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지원을 받아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후보물질이다.
모두 약 2369억 원을 지원받았으며 백신이 개발된 뒤 코벡스 퍼실리티를 통해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 등의 저개발국가로 우선 공급된다.
전염병대비혁신연합은 전체 생산물량의 50%를 선구매하는 조건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개발을 지원했다.
전염병대비혁신연합은 현재 세계 백신물량의 약 20%를 점유하고 있어 유럽연합(EU)을 제외한 가장 큰 수요처다.
NBP2001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6월28일 GBP510의 임상3상 시험계획을 제출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빠른 백신 개발을 위해 GBP510의 임상3상 계획승인을 신청했지만 본격 임상3상 시험은 NBP2001의 임상1상 시험 결과까지 지켜본 뒤 어느 후보물질을 우선 개발할지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양손에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손에 들었지만 임상3상을 대규모로 진행할 계획을 세워 비용이 많이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중화능(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능력)이 더 뛰어난 물질을 우선 개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안재용 대표이사는 5월27일 최종현학술원 발표에서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의 데이터가 좋아 내부적으로 흥분한 상태이고 저온유통, 경제성, 생산성 등을 따져 하나를 선택해 임상3상 시험을 진행하려고 한다”며 “2022년 상반기에 백신이 출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SK바이오사이언스, 아스트레제네카 노바백스 백신 위탁생산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고 있고 노바백스 백신의 생산도 준비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 7월21일 영국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었다.
안재용 대표이사는 이날 “SK바이오사이언스의 축적된 백신 연구개발(R&D)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글로벌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게 돼 기쁘다”며 “단기간 안으로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지니고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해 8월에는 미국 제약회사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2021년 2월에는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며 국내 생산과 판매권리를 확보했다.
현재 국내외로 변이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1600명대를 보이며 미국과 영국 등 유럽, 인도에서도 확진자가 많이 늘고 있다.
노바백스는 앞서 6월15일 코로나19 백신의 임상3상 시험 결과 전반적 예방효과가 90.4%, 중등도 이상 감염은 100% 예방할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알파형과 베타형 등 기존에 알려진 8종의 변이형에 93.2%의 예방효과를 냈으며 분류 불분명 미상 변이에 관한 효과는 75%였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6월23일 초기유행 코로나19에 81.5%, 알파형 변이에는 74.6%, 베타형 10.4%, 델타형 59.8%의 예방효과를 보였다고 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하는 두 종류의 백신이 현재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델타형 코로나19에 효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가 팬데믹(대유행)을 지나 풍토병으로 자리를 잡는 엔데믹이 될 것으로 보는 예상이 늘어가는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위탁생산의 전망은 밝아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노바백스 백신 물량 4천만 도즈 위탁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아직 노바백스가 코로나19 백신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지 못해 국내 식약처도 품목허가를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노바백스와 2천만 도즈의 코로나19 백신 선구매 계약을 맺은 상태라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게 되면 3분기에 국내에서도 품목허가 승인을 받아 하반기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 SK바이오사이언스 자체 프리미엄 백신 개발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대상포진 백신인 스카이조스터를 출시한 뒤 2020년 기준 시장 점유율 48%를 보였다. 대상포진 백신의 상용화는 세계에서 두 번째다. 향후 글로벌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안재용 대표이사는 2021년 2월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프리미엄 백신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만들고 수출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궁경부암 백신 후보물질 NBP615의 임상1/2상 시험을 2019년에 마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3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소아장염 백신 후보물질 NBP613도 임상3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폐렴구균 백신 후보물질 GBP410은 미국에서 임상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GBP410의 개발에 성공한다면 미국, 일본, 유럽연합 5개 국가 만으로도 5조2천억 원이 넘는 글로벌 폐렴 백신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개발하고 있는 프리미엄 백신들을 전 세계에 판매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높은 성장세가 기대되며 제품가격이 비싸 마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백신이란 유아가 아닌 성인이 맞는 백신을 말한다.
유아기부터 맞는 일반 백신은 가격이 4만 원에서 5만 원 수준이지만 프리미엄 백신의 가격은 개발비용의 증가와 개발기간의 장기화로 일반 백신 가격보다 3배가량 높다.
프리미엄 백신은 기술장벽이 높고 공중보건 정책에 따라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된 경우도 많다.
국내 프리미엄 백신시장은 글로벌 백신업체들이 주로 독점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GC녹십자 등이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 주가, 공모가보다 3배 수준으로 높아져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물적분할로 설립해 2021년 3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3월 상장 당시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가는 6만5천 원이었지만 7월20일 기준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16만500원이다.
2021년 하반기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의 본격 생산이 시작돼 실적에 반영되면 주가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22년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자체 백신의 개발 상황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안재용, 전략과 통찰력 뛰어나
SK바이오사이언스가 SK케미칼과 분할하며 SK케미칼은 친환경소재사업 및 합성의약품사업을,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사업을 맡았다.
안재용 대표이사는 1998년 SK케미칼에 입사해 전략팀장, 전략기획실장을 거쳐 VAX사업부문장을 지냈다.
VAX사업부문장으로 일할 때 세계 최초 세포배양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4’를 출시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스카이셀플루4는 1번 접종으로 A형 독감 바이러스 2가지, B형 독감 바이러스 2가지 등 모두 4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제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 추진과 그 뒤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도 안재용 사장이 추진한 결과물이다.
안재용 대표이사는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으로 선임되며 “SK바이오사이언스가 보유한 혁신적 연구개발 기술력과 최첨단 생산시설은 성공의 근간이다”며 “이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백신 전문기업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여 세계에서 경쟁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자적 백신제조 기술을 갖추고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새로운 국내 백신명가로 떠오르고 있다.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4의 출시와 대상포진 예방백신 스카이조스터의 2020년 시장 점유율 48% 달성 등의 성과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축적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시장수요가 높은 제품을 빠르게 공급하는 안재용 대표이사의 전략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안재용 대표이사는 향후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성장전략으로 백신 주도권을 통한 지역 확장 추구와 국내외로부터 백신 생산, 연구개발(R&D) 플랫폼기술을 적극적 확보 등을 꼽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