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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이베이코리아와 이마트, 정용진은 아마존보다 월마트 원해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1-07-27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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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뒤 이마트를 어떻게 키워나갈까?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놓고 유통업계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온라인 유통시장에 대처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시각이 대세다.

하지만 정 회장이 이마트의 가장 큰 자산인 오프라인 점포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디지털 DNA를 보유한 기업 인수에 나선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 월마트의 행보 따라가는 이마트,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통합 조준하나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것은 여러 면에서 월마트 행보와 닮아 있다.

월마트는 2014년에 글로벌 온라인 유통기업 아마존의 공세에 밀려 부진한 실적을 냈다.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구조를 온라인으로 빠르게 변환하지 못한 것이 실책이었다.

더그 맥밀런이 월마트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하면서 월마트는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맥밀런 CEO는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들고 나오며 월마트의 발 빠른 전환에 힘을 싣기 위해 이커머스 기반의 유통기업들을 연달아 인수했다.

2016년 온라인 유통기업인 제트닷컴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슈바이와 무스조 등 온라인 패션몰을 인수했으며 2018년에도 인도 대규모 이커머스 플랫폼인 플립카트를 사들였다.

이마트가 쿠팡과 네이버 등 온라인 기반의 전자상거래기업에 밀려 유통업계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아마존이라는 경쟁자를 마주했던 월마트의 과거와 빼닮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마트가 온라인 전환을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합병에 나선 것 역시 온라인 유통시장을 강화하고자 했던 월마트의 사례와 닮았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상황만 비슷한 것이 아니다.

이마트를 이끌고 있는 강희석 대표이사는 과거 미국 월마트의 컨설팅을 맡은 이력이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그룹 외부 출신인 강 대표를 이마트 수장에 앉힌 것은 월마트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크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읽힌다.

그렇다면 이마트는 왜 월마트의 길을 본보기로 삼고 있는 것일까?

월마트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성공적 결합을 이뤄낸 대표적 유통기업이다.

월마트가 제트닷컴을 인수한 것은 오프라인 사업구조의 외연을 이커머스분야로 넓히겠다는 중대한 변곡점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온라인사업 강화에 방점을 뒀던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월마트는 잇따른 이커머스기업 인수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에서 고객경험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른바 옴니채널 구축이다.

월마트 옴니채널 전략의 핵심은 온라인에서 고객들이 체험하는 편리한 사용경험을 오프라인에서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프라인의 디지털화’에 있다. 월마트는 이를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동반성장을 이뤄냈다.

정용진 부회장이 주목하고 있는 점도 바로 이 지점일 가능성이 높다.

정 부회장은 전국 각지에 이마트의 오프라인 점포를 지니고 있다. 이미 온라인 유통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쓱닷컴을 별도법인으로 분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트와 쓱닷컴의 연계는 아직 충분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옴니채널 전략이 성공하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하지만 두 채널이 별도의 유통채널처럼 존재하다 보니 단순한 ‘멀티채널’에만 머물고 있다.

◆ 월마트는 어떻게 성공했나, 온라인으로 오프라인 강점 극대화에 해답 있다

정 부회장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이마트를 통해 월마트의 성공사례를 따라갈 수 있을지 살펴보려면 우선 월마트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월마트가 오프라인에 디지털을 이식한 가장 대표적 사례는 매장 입장부터 쇼핑과 결제, 퇴장까지 고객의 모든 쇼핑 단계에 신기술을 적용해 고객 편리성을 높이는 스마트 슈퍼마켓이다.

월마트는 매장에 들어서는 고객을 센서로 인식해 입장을 인식하고 입장 이후 고객의 행동 정보를 수집한다. 쇼핑 단계에서는 로보틱스 기술을 기반으로 진열대 스캐닝 로봇을 통해 물건 재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고객이 쇼핑할 때 재고 부족에 따른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만든다.

결제 단계에는 쇼핑 중에도 바코드를 스캔하면 결제할 수 있는 ‘스캔앤고’ 서비스와 간편 결제를 통해 오랜 시간 줄을 서지 않아도 고객이 모바일앱으로 간단히 결제할 수 있는 ‘월마트페이’서비스 등이 있다.

매장 입장에서 물품 쇼핑, 매장 퇴장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디지털을 입혀 고객 경험의 수준을 끌어올린 것이다.

슈퍼센터는 월마트가 온라인으로 아마존과 경쟁하기보다는 월마트의 강점인 오프라인에서 아마존이 주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을 고객들에게 제공한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엔드리스 아일(Endless Aisle)’이라는 서비스도 월마트의 디지털혁신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카약과 같은 제품은 부피가 큰 탓에 오프라인 매장에 진열해놓고 상품을 판매하기 힘들다.

월마트는 매장 중간마다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이런 부피가 큰 제품들도 판매하고 있다고 홍보한다. 고객들이 대시보드에서 상품을 검색하고 이를 구매하겠다는 요청을 보내면 월마트 매장 직원이 해당 상품을 꺼내와 고객들이 계산대에서 쉽게 물건을 픽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엔드리스 아일 서비스는 현재 월마트의 디지털전략을 상징하는 하나의 고유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월마트가 오프라인의 디지털화를 통해 얻은 것은 단순한 ‘고객경험 제고’뿐만이 아니다. 월마트는 오프라인의 디지털화로 다양한 고객 데이터도 수집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의 데이터는 온라인 고객과 비교해 수집과 집계가 어렵다. 하지만 월마트페이를 도입함으로써 고객들의 쇼핑패턴을 포함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다.

월마트는 이렇게 모은 고객들의 정보를 활용해 각 고객들에게 개인화한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이커머스사업의 활로를 열었다.

월마트의 매출이 지난해 각 분기별로 한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으나 이커머스사업에서는 분기별로 최소 30%, 많게는 70%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는 점은 월마트가 얼마나 온라인 전환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월마트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의 유기적 연계를 위해 주도한 또 하나의 전략은 바로 ‘온라인 주문’에서 ‘오프라인 픽업’으로 이어지는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다.

고객들은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할 때 유통 과정에서 제품이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에 착안해 월마트는 고객들로 하여금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하고 계산까지 마친 뒤 본인들이 지정한 시간에 맞춰 점포에 차량을 지니고 방문하면 종업원들이 미리 담아놓은 상품 바구니를 주차장에서 트렁크까지 전달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차량에서 하차하거나 지갑을 꺼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앤 혁신적 서비스인데 이는 월마트가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강점을 극대화한 사례로 꼽힌다.

정용진이 지닌 이마트 최고의 자산은 ‘오프라인’, 어떻게 혁신하느냐가 해답

미국 월마트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야만 국내 유통업계가 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목소리는 컨설팅기업에서도 나온다.

정동섭 딜로이트안진 유통소비재그룹 파트너는 지난해 한 보고서에서 “월마트는 오프라인·온라인 채널 사이 연계를 통한 성장전략을 추진하면서 이커머스 경쟁력을 확보했다”면서 “디지털 전환뿐 아니라 기존의 오프라인 자산을 발판 삼아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인 유통기업들은 다양한 디지털 및 테크회사들과의 제휴 및 인수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의 디지털화를 추진해야 한다”면서 “월마트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유통회사의 디지털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며 테크 생태계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지적들과 월마트의 사례를 살펴볼 때 정 부회장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단순히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만은 아닐 확률이 높다.

정 부회장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그리는 청사진은 온라인 유통시장의 강화를 넘어 이베이코리아가 보유한 디지털자산을 이마트에 효율적으로 이식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효율적 결합을 이뤄내겠다는 것일 수 있다.

박주만 이베이 아시아·태평양 총괄대표는 사내메일을 통해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우리의 우수한 이커머스 인적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 목적 가운데 하나라는 이야기를 직접 수차례 들었다”고 했다는 점에서도 정 부회장이 이베이코리아로 디지털자산을 흡수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마트도 이베이코리아 인수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최고 유통기업으로서 쌓아온 오프라인 운영 노하우와 물류 역량을 이베이와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 하겠다”며 “다가올 미래를 위한 ‘디지털 에코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가 지닌 오프라인 매장은 분명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마트는 2020년 기준으로 오프라인 점포 160개 보유한 국내 대형마트 1위 사업자다. 편의점인 이마트24와 노브랜드 매장까지 합하면 전국에 깔아놓은 오프라인 거점의 영향력은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월마트가 미국 전역에 깔아놓은 5천여 개의 매장에 디지털 전환이라는 깃발을 꽂아 온라인과 성공적으로 결합했듯 이마트가 보유한 국내 인프라에 디지털 DNA를 성공적으로 접목한다면 현재의 위기가 기회로 바뀔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의 디지털자산과 관련해 “IT 관련 인력 확보가 중요해진 시대에 이베이코리아에는 전자상거래 관련 IT 인력만 400명가량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270만 고객과 10만 셀러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마트가 제트닷컴을 인수한 것은 단순히 이커머스사업을 전개하겠다는 변곡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월마트는 제트닷컴 인수를 통해 단기간에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전문인력과 핵심기술, 디지털 네이티브 브랜드, 스타트업 문화, 밀레니얼고객 등을 확보했다.

이베이코리아는 국내에서만 20년 넘게 사업을 벌이며 오픈마켓 운영 노하우와 데이터베이스를 쌓아왔다. 그동안 누적된 판매 데이터를 활용하면 새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월마트처럼 오프라인의 디지털화를 만들기 위해 이미 이마트의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9곳의 점포를 리뉴얼한데 이어 올해는 모두 15개점 이상을 리뉴얼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마트 리뉴얼의 핵심 키워드는 ‘고객 관점에서 재탄생’이다.

이마트는 이와 관련해 “온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이 저렴한 가격과 편의성을 강조한다면 이마트는 리뉴얼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차별화 포인트인 ‘체험’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는데 오프라인 혁신을 통한 디지털화 전략의 하나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서는 일부 성과도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이마트 신도림점의 온라인 매출은 2020년 같은 기간보다 154% 늘어났다.

이마트에 따르면 신도림점이 리뉴얼을 통해 PP(피킹 앤 패킹)센터를 크게 확대하면서 점포에서 배송되는 온라인 처리물량을 늘린 것이 매출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신세계의 오프라인 혁신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단순한 오프라인 매장을 배송거점만으로 활용해서는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힘들다. 월마트의 성공사례에서 보듯 고객들이 ‘새로운 경험’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디지털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것이 새로운 도약의 열쇠일 수 있다. [채널Who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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