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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현대차 '삼성동 땅 싸움' 시작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6-09 17:3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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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과 현대차 '삼성동 땅 싸움' 시작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한국전력 본사 부지 매각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올해 하반기 안에 매각입찰을 계획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중 누가 새 주인이 될지 주목된다.


한전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본사 부지 매각 방안과 일정을 곧 마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하는 중”이라며 “이르면 올 3분기에 매각입찰 공고를 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전부지는 부동산 업계에서 강남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으로 꼽힌다. 부지규모는 7만9342㎡로 축구장 12개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공시지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조4830억 원이지만 매각가격은 최소 3조원에서 최대 4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임하게 되면서 한전이 부지 매각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업계는 본다. 코엑스에서 잠실운동장에 이르는 약 72만㎡ 일대를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개발하겠다는 박 시장의 공약이 본격화되면 부지매각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코엑스 일대를 국제업무와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등 국제교류 중심지로 만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개별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박 시장의 계획에 따르면 한전부지 중 1만5천㎡ 이상은 전시와 컨벤션, 관광숙박시설 등으로 채워져 국제업무와 MICE 핵심 공간으로 바뀐다. 이를 위해 현재 제3종 일반주거지역인 한전부지를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할 예정이다. 한전부지가 일반상업지역이 되면 용적률이 800%로 높아져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다.


박 시장의 개발계획이 본격화되면 한전도 한시름 덜 것으로 보인다. 혁신도시특별법에 따라 당장 내년 11월까지 부지를 팔아야 하고 공공기관 정상화계획에 따라 2017년까지 14조7천억 원의 부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개발호재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전이 그동안 매각속도를 조절한 것은 지방선거와 함께 헐값매각 우려 때문이었다. 한전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등 다양한 매각 방법을 고민한 것도 논란을 피하고 최대한 많은 돈을 회수하기 위함이었다.


한전의 다른 관계자는 “부채를 줄이려면 올해부터 부지 매각대금 일부가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연내 매각을 추진 중”이라면서 “다만 헐값매각과 특혜 논란을 막기 위해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가장 적극적으로 부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후보다. 현대차는 한전부지에 폭스바겐 그룹 본사처럼 글로벌 자동차기업에 걸맞은 본사 사옥을 짓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현대차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수용인원이 5천명 안팎에 불과해 약 2만 명에 달하는 임직원들이 수도권 지역에 흩어져있다.


특히 2006년부터 추진해온 뚝섬 110층 신사옥 개발계획이 서울시의 ‘초고층 건축 관리기준’에 의해 좌절된 상황에서 한전부지 말고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게 현대차의 입장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와 현대제철 등 주요 계열사들이 서로 떨어져 있어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번에 반드시 한전 부지를 낙찰받아 서울 성동구 뚝섬에 지으려던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에 각 계열사 사무실을 모으고 호텔과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쇼핑몰 등을 포함한 랜드마크로 만들기로 했다.


현대차의 강력한 경쟁자로 손꼽히는 삼성그룹은 아직 매입을 위한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는 삼성이 현대차를 제치고 매입 후보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삼성이 오래 전부터 삼성역 일대를 삼성타운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게 근거이다.


현실적인 여건을 보면 삼성이 현대차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고 평가할만하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포스코 컨소시엄을 통해 2009년 한전부지 일대를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한 적이 있다. 2011년 10월 삼성생명이 한전 부지와 인접한 한국감정원 부지 1만여㎡를 2328억 원에 사들였다.


한전부지 매각이 속도를 낼 거란 기대감이 커짐에 따라 이 일대 부동산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삼성동 삼성래미안 1단지 85㎡형은 지난 4월 8억5천만 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9억 원에 매물이 나온 상태다. 약 45일 만에 5천만 원이나 올랐다.


한전부지 매입경쟁은 삼성과 현대차의 2파전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도심 한 복판에 유일하게 남은 땅인 만큼 외국기업의 참여도 예상된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기업인 ‘녹지그룹’과 미국 카지노그룹인 ‘라스베이거스 샌즈’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에 납부해야 하는 공공기여도 매입전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지난 4월 초 밝힌 한전부지 개발 계획에 따라 인수자는 토지 가치의 40%를 공공기여 형태로 내야 한다. 토지로 내놓을 경우 약 3만㎡를 내놔야 하고 현금 납부 시 그 금액이 최대 1조6천억 원에 이른다. 이 경우 매입 금액이 5조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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