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업계가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에 대비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하나캐피탈 역시 유상증자를 추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캐피탈에 얼마를 투입할지 주목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에서 하나금융투자,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에 이어 자본확충을 진행할 계열사로 하나캐피탈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올해 들어 하나금융지주는 하나금융투자에 5천억 원,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에 5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실적 호조는 물론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탄탄한 자본 건전성을 갖추고 있는 만큼 자회사 자본확충에 추가로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나캐피탈은 자기자본 확대 필요성이 떠오르고 있어 자본확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캐피털사의 자본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캐피탈사의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레버리지)을 현재 10배까지 허용하고 있는데 2022~2024년 중 9배로 축소하고 2025년 이후에는 8배까지 낮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나캐피탈은 1분기 기준 자기자본 1조3천억 원, 총자산 11조3천억 원으로 레버리지가 8.7배 수준이다. 기존 자동차금융은 물론 기업금융과 글로벌 사업까지 영업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레버리지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미 경쟁회사들이 자본확충에 들어간 점도 하나캐피탈의 유상증자 추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신한캐피탈이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BNK캐피탈, NH농협캐피탈 등도 하반기 유상증자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1분기 기준 신한캐피탈의 레버리지는 8.0배, BNK캐피탈은 9.3배, NH농협캐피탈은 9.0배다.
하나캐피탈 관계자는 “이미 지주와 자본확충을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나캐피탈이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을 진행한다면 규모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도 관심사다. 금융지주 계열 캐피털사들이 비슷한 수준의 자기자본을 형성하고 있는데 유상증자 규모에 따라서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캐피털업계 2위인 KB캐피탈의 자기자본이 1조4800억 원으로 지주 계열 캐피털사 가운데 가장 많다. 하나캐피탈(1조3천억 원), 신한캐피탈(1조2천억 원)이 뒤를 따른다.
신한캐피탈은 유상증자를 마치면 자기자본 규모에서 하나캐피탈을 제치게 된다. 하나캐피탈이 기존 자본 격차를 유지하려면 신한캐피탈 유상증자 규모인 1500억 원 이상의 자본을 확대해야 한다.
하나캐피탈이 1800억 원 이상 자기자본을 늘리면 KB캐피탈도 제칠 수 있다. 다만 레버리지 8.7배인 KB캐피탈 역시 향후 유상증자에 나선다면 자기자본 순위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하나캐피탈은 과거 자본확충을 진행할 때 2천억 원 단위로 수혈했다. 이번에도 2천억 원 수준의 자본확충이 이뤄지면 신한캐피탈과 자기자본 격차를 벌리고 KB캐피탈을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캐피탈은 레버지리 규제가 도입된 2015년 신종자본증권 1500억 원 발행과 우선주 유상증자 500억 원으로 자본을 늘리며 규제를 피했다. 2019년 3월에는 보통주 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