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1-07-0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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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아 컬리(마켓컬리 운영사) 대표이사가 추진하는 마켓컬리 상장이 흥행으로 이어지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샛별배송’(식품 새벽배송)서비스로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경쟁기업들의 등장으로 마켓컬리만의 차별점이 옅어졌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 김슬아 컬리(마켓컬리 운영사) 대표이사.
마켓컬리는 새벽배송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기업보다 빠른 속도로 전국 단위의 사업영역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김슬아 대표가 마켓컬리를 하반기에 미국과 한국 증시에 상장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지만 기업공개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장애물도 많다.
가장 큰 난관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마켓컬리만의 투자매력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금껏 마켓컬리가 보여줬던 빠른 성장속도를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다는 믿음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 대표는 신선식품을 전문으로 배송하는 기업으로 마켓컬리를 2014년에 처음 설립했다. 김 대표가 사업을 본격화한 것은 2015년 5월부터였는데 마켓컬리의 강점으로 내세웠던 것이 바로 샛별배송이었다.
샛별배송은 마켓컬리만의 배송시스템으로 소비자들이 당일 저녁 9시까지만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전까지 상품을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여기에다 유기농 먹거리만을 취급하다보니 별다른 홍보 없이도 인터넷을 통해 입소문을 타며 초반부터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마켓컬리는 샛별배송이라는 차별화한 서비스에 힘입어 매출이 2016년 174억 원에서 2020년 953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5년 만에 매출이 55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마켓컬리의 고속성장을 뒷받침했던 새벽배송 서비스가 더 이상 마켓컬리만의 전유물이아니게 됐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김 대표가 마켓컬리를 통해 시장에 처음 선보인 새벽배송서비스는 이제 온라인 커머스시장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쿠팡의 로켓프레시(밤 12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신선식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뿐 아니라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업체인 신세계와 롯데도 각각 쓱닷컴과 롯데마트몰을 통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식품 온라인쇼핑몰의 후발주자로 꼽히는 오아시스마켓과 현대백화점의 식품 전문 온라인몰인 현대식품관투홈 등도 모두 새벽배송을 통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김 대표도 새벽배송시장의 경쟁 심화를 인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과거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경쟁이 심해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며 “훌륭한 경쟁자가 없으면 기록이 잘 나오지 않는다. 경쟁이 주는 압박 또한 우리에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마켓컬리가 새벽배송 시장의 선두주자인 만큼 시장 지배력이 높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020년 국내 새벽배송 시장의 규모는 2조5천억 원가량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마켓컬리에서 발생한 거래액은 약 1조2천억 원 정도로 파악된다.
김 대표는 CJ대한통운과 협력해 그동안 수도권 중심으로 벌이던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5월부터 충청권까지 확대하는 등 새벽배송시장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하반기에는 영남과 호남 등에서도 새벽배송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다만 오프라인의 강자로 꼽히는 신세계와 롯데, 현대백화점 등과 달리 외부에서 유치한 투자금만으로 사업을 벌이고 점에서 현재 비즈니스 구조만으로 시장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시장에 넓게 자리 잡고 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것도 맞지만 하루 주문량을 기준으로 보면 마켓컬리에서는 평균 12만 건이 거래되지만 경쟁기업의 주문량은 이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전국 단위의 새벽배송에 가장 먼저 진출해 차별화된 포인트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김 대표가 직접 금요일마다 회사 임원들과 함께 상품위원회를 열고 엄격한 기준으로 마켓컬리에 입점하는 식품을 선정한다는 점도 다른 기업들이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마켓컬리만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마켓컬리의 사업영역이 식품분야에 많이 치우쳐 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식품분야는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별도의 냉장·냉동트럭을 통한 배송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높다. 다른 공산품과 비교해 제품의 판매단가가 낮다는 점에서 외형 확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기 힘들다.
김 대표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마켓컬리의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 동안 브랜드위크를 통해 가전과 주방, 생활, 뷰티 등 비식품 800여 종을 할인판매하는 브랜드위크 행사를 벌이기도 했으며 웨스틴조선, 더플라자 등 전국 5개 호텔사업자와 협업해 숙박권 판매에도 나섰다.
하지만 과거 소셜커머스회사였던 티몬과 위메프가 사업영역을 넓히기 위해 시도했던 방식이라는 점에서 마켓컬리의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느냐를 놓고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비식품 제품 판매는 포트폴리오 확대보다는 한 쇼핑몰에서 여러 가지를 구매하고 싶다는 고객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상장을 염두에 두고 외형을 확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서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마켓컬리 상장 흥행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쿠팡은 3월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덕분에 한때 시가총액 100조 원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기업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실적과 비교한 주가 수준)이 적용됐다는 시선이 나왔고 이에 따라 주가도 40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다. 공모가 35달러 보다는 높지만 최고점 69달러와 비교해 40% 이상 낮다.
쿠팡이 고평가 논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면 쿠팡의 증시 상장을 역할모델로 삼는 마켓컬리도 상장에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기 힘들 수밖에 없다.
김 대표가 마켓컬리의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조달이 아니면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갈수록 심화하는 새벽배송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증시 입성을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다시 투자에 활용해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쿠팡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으나 김 대표의 마켓컬리에게는 든든한 뒷배가 없기 때문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쿠팡처럼 꼭 한 기업에게 전폭적 지원을 받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마켓컬리도 글로벌 규모로 투자를 진행하는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4월에 다수의 기관투자자에게서 2천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확보했으며 현재도 2천억 원 규모의 자금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