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1-07-01 16: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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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위한 쟁의권 확보를 예고하면서 2021년 현대차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노사 모두 강경한 태도 속에서 재협상 가능성을 열어놨는데 앞으로 하언태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어떤 추가 제시안을 마련하느냐가 합의점을 찾는 데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하언태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사측이 전날 임금인상안을 제시하고 노조가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현대차 노사의 2021년 임단협 협상의 본격적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단체교섭 합의안은 노조가 먼저 요구안을 마련하고 사측과 검토한 뒤 사측이 회사안을 제시하면 이를 놓고 밀고 당기는 과정을 거쳐 확정된다.
쟁의권 확보는 노조가 단체교섭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주요 카드로 평가된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10년 동안 지난해를 제외하고 매년 쟁의권을 확보했다. 2019년 무파업으로 단체협상을 마쳤지만 당시에도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 쟁의권을 확보해 협상력을 높였다.
노조가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쟁의권 확보절차에 들어간 만큼 현대차 단체교섭을 이끄는 하 사장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임단협 협상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뒤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지부장을 직접 만나 노사협력을 다짐한 뒤 처음 진행되는 현대차 단체교섭이다.
하 사장은 2018년 3월 현대차 대표에 올라 최근 2년 연속 무파업으로 단체교섭을 마무리하는 등 협상력을 인정받았는데 정 회장 취임 이후 첫 단체교섭에서 노조 파업에 직면하는 일은 부담일 수 있다.
현대차는 현대차그룹의 맏형 격으로 현대차의 단체교섭은 다른 계열사의 노사협상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차질을 겪으며 고객 차량인도가 늦어지고 있는데 노조 파업이 더해지면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도 있다.
노조가 강경 투쟁을 예고했지만 실제 파업을 선택하는 것은 이상수 지부장에게도 내키는 일은 아니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정년연장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젊은 노조원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생산직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현대차그룹에는 기존 생산직 중심의 노조가 사무직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사무연구직 노조가 새로 생기기도 했다.
노조 파업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노조원의 적극적 지지와 참여가 중요한데 현대차 노조가 자칫 생산직 직원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비춰지면 투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결국 노사 모두 출구가 필요한 상황인 셈인데 하 사장이 어떤 추가 제시안을 던지느냐가 합의점을 찾는 시작이 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현대차 임단협 협상의 최대 변수는 임금 수준으로 여겨진다.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9만9천 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급으로 영업이익의 30% 지급 등을 요구했다. 이에 사측은 △기본급 5만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100%(기본급+통상수당 기준)+300만 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 원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1천만 원가량 더 받는 것이지만 노조 측에서는 지난해 기본급을 동결했고 올해 현대차가 2014년 이후 7년 만에 영업이익 7조 원 회복을 바라보는 등 호실적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사측의 제안이 아쉬울 수 있다.
현대차는 2014년 단체교섭에서는 △기본급 9만8천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300%+500만 원 △품질목표 달성 격려금 150% △사업목표 달성장려금 370만 원 등 올해 사측 제시안보다 1천만 원 이상 더 줬다.
과거에도 사측의 1차 제시안 이후 추가 제시안이 나온 뒤 협상을 통해 단체교섭이 타결될 때가 많았다.
▲ 2020년 10월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이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공영운 현대차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사장,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현대차 사장, 이원희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현대자동차>
현대차 노조가 마지막으로 파업을 진행했던 2018년 단체교섭만 봐도 사측은 애초 △기본급 3만5천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200%+100만 원 등을 제시했으나 결국에는 △기본급 4만5천 원 인상 △성과금과 격려금 250%+280만 원 등의 합의안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현대차는 현재 하언태 사장과 이상수 지부장체제 아래서 그 어느 때보다 노사관계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임단협도 7월 말 여름휴가 전 타결을 목표로 속도감 있게 진행해 상견례 이후 한 달 만에 13차 교섭을 거쳐 사측 제시안이 나왔다. 여름휴가가 끝나도 사측의 제시안이 나오지 않았던 예전과 사뭇 다르다.
현대차 노조가 강경 투쟁을 예고하면서도 재협상의 문을 열어놓은 만큼 하 사장이 적절한 추가 제시안을 마련한다면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노조는 이날 이상수 지부장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쟁의기간이라 하더라도 사측과 교섭은 이어갈 것이다”며 “휴가 전 타결을 향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회사가 납득할 만한 안을 들고 교섭을 요청한다면 언제든지 교섭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하 사장 역시 이날 담화문을 통해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 사장은 “지금은 ‘투쟁’이 아닌 미래 ‘생존을 위한 경쟁’에 대비할 때다”며 “노조가 결렬을 선언해 교섭이 중단됐지만 회사는 언제든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으며 조속히 교섭을 정상화해 원만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