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21-07-01 16: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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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매각 본입찰에 사모펀드들만 참가하고 있는데 깜짝후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매각주체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매각기한 연장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배달앱 요기요 로고.
1일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모펀드 운용사가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딜리버리히어로가 매각가격 협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기업을 사들인 뒤 나중에 되팔아 투자차익을 내려는 재무적투자자(FI)다. 그만큼 딜리버리히어로에서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2조 원대보다 낮은 수준의 인수가격을 고집할 가능성도 높다.
앞서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6월30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지분 100%의 매각 본입찰을 마감했는데 MBK파트너스와 어피너티에쿼티를 포함한 사모펀드 운용사들만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MBK파트너스가 가장 유력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후보로 꼽힌다. MBK파트너스가 운영 중인 홈플러스의 빠른배송과 요기요의 음식배달 서비스 사이에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요기요 운영을 통해 빠른배송에 필요한 라스트마일서비스 노하우를 쌓았다. 라스트마일은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이 유통과정을 거쳐 문 앞에 배송되기 직전의 단계를 말한다.
어피너티에쿼티는 국내에서 로엔엔터테인먼트와 한국버거킹 등 대형 인수합병 경력을 탄탄하게 쌓았다. 올해 잡코리아 인수전에서 MBK파트너스를 제치기도 했다.
다만 이런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본입찰에서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인수가격으로 1조 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기요는 국내 배달앱시장 점유율 2위이긴 하지만 3위 쿠팡이츠가 단건배달을 앞세워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1위 배달앱인 배달의민족까지 단건배달을 도입한 점을 고려하면 요기요를 인수한 기업도 무한경쟁을 피하기 힘들다.
요기요는 인공지능(AI)을 통한 배차시스템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놓고 배달원 노동단체인 라이더유니온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는 등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재무적투자자인 사모펀드 운용사가 인수가격으로 2조 원대를 맞출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매각기한도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가격협상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고 할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12월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되 8월3일까지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를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 기한을 넘기면 하루 단위로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인수계약에 3주 정도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협상기간은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다만 공정위는 딜리버리히어로가 불가피한 이유로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매각에 실패한다면 매각기한을 6개월 연장할 수 있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 때문에 딜리버리히어로가 매각기한 연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정위의 사전승인을 받거나 이행강제금을 감수하고서라도 기간 여유를 확보한 뒤 매각주관사가 개별 기업과 접촉하는 방식으로 제3의 인수후보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딜리버리히어로가 매각기한 연장에 성공한다면 야놀자 등이 깜짝후보로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앞서 야놀자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매각 예비입찰에도 참여했지만 인수적격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놀자는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여행과 숙박에 관련된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음식배달 역시 여행·숙박과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인 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배달앱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각주관사가 인수 희망기업과 직접 접촉한다면 야놀자 등도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 다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며 “딜리버리히어로도 재무적투자자보다는 전략적투자자의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인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