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이 재입찰을 통해 기존 제안보다 낮은 가격에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 있게 될까?
정 회장은 대우건설 매각의 재입찰을 인수가격을 낮출 기회로 여길 것으로 보이지만 경쟁자인 DS네트웍스의 인수 의지, 공정성 시비 등을 고려하면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1일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재입찰을 2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재입찰은 6월25일 본입찰에 참여한 중흥건설그룹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만을 대상으로 한다.
본입찰까지 이뤄진 매각 과정을 번복하고 다시 입찰을 진행하는 사례는 투자금융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정 회장은 본입찰 이후 대우건설 인수가격 조정을 위해 재입찰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흥건설그룹은 대우건설 인수가격으로 2조3천억 원을,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1조8천억 원을 제시해 일반적 인수합병과 비교했을 때 경쟁자 사이의 가격 차이가 너무 크게 났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자금력을 갖춘 호반그룹이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에 대비해 인수가격을 시장예상인 2조 원보다 높게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호반그룹이 대우건설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정 회장은 의미 없이 높은 가격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해야 할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더군다나 대우건설 매각은 KDB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매각주체로 공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만큼 원칙을 무너뜨리는 재입찰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높은 가격으로 인수하기보다는 인수 과정에서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정 회장이 오래 전부터 대우건설 인수의지를 보여오기는 했지만 매우 엄격한 자금관리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없이 높은 가격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정 회장은 2016년 무등일보와 인터뷰에서 “자금관리를 주먹구구식으로 해서 무너진 기업을 많이 봤다”고 말하며 경영에서 꼼꼼한 자금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KDB인베스트먼트가 매각이 중도에 실패하는 것보다는 다시 기회를 마련해서 인수자의 정확한 의도를 반영하고 무리한 인수로 인수자가 어려움에 빠지는 것을 막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이와 별도로 DS네트웍스 컨소시엄에서도 인수가격을 높여서라도 대우건설을 인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재입찰을 결정할 수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DS네트웍스는 최근 계열사인 DS투자증권을 매각하고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등 대우건설 인수에 대비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 회장으로서는 DS네트웍스가 재입찰에서 예상하지 못한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면 대우건설 인수에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만약 정 회장이 재입찰을 통해 원했던 대로 가격을 낮춰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또 다른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번 재입찰이 사실상 정 회장이 대우건설을 더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도록 KDB인베스트먼트가 배려한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우건설 노조가 그동안 주장해온 것처럼 KDB인베스트먼트가 특정 회사를 인수자로 내정해놓고 ‘밀실매각’을 추진해 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건설의 매각은 공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만큼 매각 과정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면 정 회장과 KDB인베스트먼트 모두 매각을 마치는 데 큰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
투자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재입찰이 이뤄진 사례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대우건설 매각 재입찰에 따른 후폭풍이 상당히 클 수 있다”고 바라봤다.
중흥건설그룹은 대우건설 매각 재입찰과 관련해 말을 아꼈다.
중흥건설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재입찰과 관련해 파악되는 것이 없다”며 “다만 대우건설 인수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