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트랜지스터 구조 변화를 나타낸 그림. 삼성전자는 3나노급 공정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오른쪽)를 도입한다. <삼성전자> |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가 차세대 반도체기술인 3나노급 공정의 양산일정을 미룰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세계 1위 파운드리기업 대만 TSMC와 치열한 첨단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다. 3나노급 공정에서 뒤처지면 TSMC를 추격하는 일이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다.
1일 반도체전문 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치디 치담바람 퀄컴 부사장은 최근 반도체장비기업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행사에서 삼성전자 3나노급 공정을 놓고 “이르면 2023년 생산될 수 있지만 2024년 생산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퀄컴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 최대 고객사로서 반도체 생산일정을 긴밀히 공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의 3나노급 공정 양산 시점이 애초 예정됐던 2022년보다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삼성전자 3나노급 공정의 지연 여부는 TSMC와 파운드리사업 경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세계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은 TSMC 56%, 삼성전자 18%로 추산됐다.
외부 고객사로부터 거두는 매출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와 TSMC의 격차가 훨씬 더 확대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서 만들어지는 반도체 가운데 50%가량을 삼성전자 자체 반도체가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애플, 퀄컴, AMD, 인텔, 미디어텍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을 기반으로 막대한 반도체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3나노급 공정을 기반으로 고객사 외연을 지금보다 더 키워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TSMC보다 늦게 3나노급 공정 양산에 들어가면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의 3나노급 반도체 일감을 수주하는 데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TSMC는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2022년을 3나노급 공정 양산시기로 잡아놨는데 올해 말 3나노급 공정 위험생산을 계획하는 등 순조롭게 양산을 위한 단계를 밟아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위험생산은 파운드리기업이 반도체 생산비용을 부담하며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을 안정화하는 과정을 말한다.
물론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와 같이 예정대로 2022년에 3나노급 반도체 양산에 성공할 것이라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설계자동화업체 시놉시스는 삼성전자 3나노급 공정을 이용한 반도체 테이프아웃에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반도체 설계를 마쳐 생산단계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협력사들과 함께 3나노 공정을 예정대로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에선 삼성전자가 3나노급 공정을 앞세워 TSMC와 파운드리사업 격차를 좁힐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3나노급 공정에서 삼성전자는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도입하는 반면 TSMC는 기존 구조 핀펫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게이트올어라운드 구조를 적용한 반도체는 핀펫 기반 제품과 비교해 더 높은 성능과 전력효율을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6월 국제 반도체학회 초고밀도직접회로(VLSI) 심포지엄행사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소개하며 “어떤 도전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게이트올어라운드 기반 3나노급 공정의 기대치는 최근 다소 낮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부문 홈페이지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를 적용한 초기 3나노급 반도체가 기존 7나노급 핀펫 반도체보다 전력효율 20% 개선, 성능 10% 향상, 칩 면적 25% 절감 등의 개선점을 보인다고 알렸다.
2019년 삼성 파운드리포럼에서 소비전력 50% 절감, 성능 35% 향상, 칩 면적 45% 절감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힌 것과 비교해 차이가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
▲ 삼성전자 3나노급 반도체 성능 개선폭. <삼성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