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도체 자립계획에서 메모리반도체 자립을 맡은 곳이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다. 그런데 YMTC가 최근 낸드플래시 생산계획에서 차질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전기 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애초 YMTC는 낸드플래시 생산속도를 올해 말까지 월 웨이퍼 10만 장 분량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했다”며 “128단 낸드플래시의 수율이 예상과 달리 낮아 2022년까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인텔 낸드사업부는 생산설비가 중국 다롄에 있다. 이 사장으로서는 다롄 낸드플래시공장의 원활한 가동이 중국의 반도체 자립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중국으로서도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작업을 빠르게 마치도록 한 뒤 추가 투자를 유도하는 식의 접근이 인수를 반대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사장은 SK하이닉스가 이미 중국에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승인을 이끌어낼 재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청주 파운드리공장의 설비를 내년 초까지 중국 우시에 위치한 공장으로 이전해 중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들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현상이 메모리반도체까지 확산하면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의 D램공장 증설을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사장으로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다져뒀다는 점도 든든할 수 있다.
최 회장은 재계에서도 손꼽히는 중국 전문가로 2010년대 중후반 SK그룹의 중국 투자전략인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지휘했다. SK종합화학과 중국 석유화학사 시노펙이 함께 3조3천억 원을 들여 세운 합작사 중한석화가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에 따른 대표적 사례다.
중국이 미국과의 반도체 패권경쟁에서 한국의 중립적 위치를 인정하고 등거리 외교를 펼치도록 하는 쪽으로 대외전략의 기조를 세웠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4월 미국 백악관의 반도체 부족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5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투자계획을 내놓는 등 한국은 반도체 패권경쟁에서 미국의 편에 서는 듯한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중국 측에서 이와 관련해 제재 가능성을 내비치거나 유감을 나타낸 일은 없다. 오히려 한중 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된다.
앞서 22일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KBS라디오에 출연해 “중국과는 코로나19가 안정된 뒤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을 추진한다는 공감대 속에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 중국 다롄에 위치한 인텔의 낸드플래시공장.
이 사장이 중국에서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승인을 받아내는 일이 일부 우려와 달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는 셈이다.
이에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90억 달러(10조1400억 원가량)을 들여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사장은 올해 3월 열린 SK하이닉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낸드플래시에서 SK하이닉스는 모바일에, 인텔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강점이 있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인수를 완료하면 D램에 이어 낸드사업에서도 글로벌 선두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 인수를 성공시키기 위해 사업연관성이 있는 한국, 미국, 중국, 유럽연합, 영국, 대만, 싱가포르, 브라질 등 8개 나라의 경쟁당국으로부터 결합승인을 받아내야 한다. 현재까지 한국, 미국, 유럽연합, 영국, 대만, 브라질 등 6개 나라에서 무조건승인을 이끌어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남아있는 싱가포르와 중국 심사에서도 긍정적 결과를 받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