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이 배터리사업을 언제쯤 분사할까?
통상 배터리사업 분사가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상장절차의 선행 과정인 점을 고려하면 김 사장은 배터리사업 흑자전환 시점에 맞춰 이르면 2022년 분사를 진행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은 2022년부터 연간 기준 영업흑자 경영기조가 정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80조 원에 이르는 배터리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영업손실에서 벗어나 내년부터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한다는 것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문은 2022년 2분기 분기 기준 처음으로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다"며 "2022년 674억 원, 2023년 4568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은 올해까지는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사업보고서에서 배터리사업 실적을 분리해 공시하기 시작한 2018년 영업손실 3175억 원, 2019년 영업손실 3091억 원, 2020년 영업손실 4265억 원을 봤다.
다수의 증권사는 올해도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사업에서 영업손실 3천억 원대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김 사장이 배터리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후발주자로서 선도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해 ‘선투자 후수주’ 전략 등 적극적 투자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4월 LG에너지솔루션과 오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분쟁을 마무리해 사업 리스크를 털어냈다. 이에 김 사장이 연간 영업흑자가 예상되는 2022년 배터리사업 분사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은 분사 뒤 독립법인으로서 전문성을 높여 성장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배터리사업 분사 뒤 대규모 자금조달을 위해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도 크다.
그런 만큼 연간 흑자전환이 임박한 시점은 시장에 배터리부문 사업성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때인 셈이다.
지난해 배터리사업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출범시킨 LG화학도 연간 영업흑자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분사를 진행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배터리사업부가 물적분할돼 지난해 12월1일 공식 출범했는데 LG화학 배터리사업(현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영업손실 4543억 원에서 지난해 영업손실 1656억 원으로 손실규모를 크게 줄였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에는 올해가 본격적 분사 첫해인 점을 고려하면 흑자경영과 분사시기가 거의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또 SK이노베이션이 내년부터 미국에서 배터리공장 상업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 점, 이미 여러 대규모 투자 등 다른 주요한 결정을 마쳤다는 점도 배터리사업 분사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9.8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1공장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상업가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5월 포드와 합작법인(JV)을 세워 2025년까지 6조 원을 투자해 미국에서 연산 60GWh의 배터리를 생산하기로 했다. 1월에는 2028년까지 헝가리에 연산 30GWh 규모의 배터리 3공장을 짓기 위해 2조5천억 원가량의 투자를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 전체 매출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정유사업 실적이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점도 김 사장으로서는 배터리사업 분사를 추진하기에 좋은 환경이 마련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정유사업에서 영업손실 2조2천억 원가량을 봤지만 올해 1분기 정제마진 회복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 확대로 영업이익 4161억 원을 거뒀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배터리사업 분사를 검토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문 대표 사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인터배터리2020'에서 "배터리사업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3월 헤럴드경제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사업을 물적분할해 100% 자회사로 두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배터리사업 분할 여부나 분할 방식 등을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