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호 기자 uknow@businesspost.co.kr2021-06-29 15: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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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브릿지바이오) 대표이사가 기술반환된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의 약물 독성에 관한 우려를 잠재우고 개발을 이어갈 수 있을까?
29일 브릿지바이오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진행한 C타입 미팅을 통해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의 임상2상 시험에 앞서 추가 실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추가 실험으로 먼저 후보물질의 약물 독성에 관한 우려를 씻겠다는 것이다.
▲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이사.
C타입 미팅은 치료제 개발사가 미국 식품의약국에 요청해 이뤄지는 미팅으로 서면 요청이 접수된 후 75일 이내에 면담이 이뤄진다.
A타입 미팅은 신약 개발 프로그램의 난관과 관련해 이뤄지며, B타입 미팅은 임상시험 직전에 이뤄지는 면담이다.
브릿지바이오는 BBT-877의 임상2상 시험 진입에 앞서 'in-vivo 혜성분석 결과와 투과 전자현미경 분석 결과를 추가할 것'과 '기존 표준 폐섬유증 치료제인 닌테다닙, 피르페니돈 등의 약물상호작용 시험을 추가할 것'을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권고받았다.
in-vivo 혜성 분석은 생물 유전독성 평가를 위한 기법이다. 약물 때문에 유전자(DNA)에 손상이 나타나면 세포핵이 현미경에서 혜성과 같은 모양으로 나타나 혜성분석이라 불린다. 투과 전자현미경분석은 약의 분자가 자외선에 영향을 받아 주위 조직을 손상하는 광독성을 최소화하는 현미경분석 방법을 말한다.
브릿지바이오는 약물 독성 가능성과 관련해 세포 실험에서 약물에 따른 직접적 유전자 손상이 아닌 약물의 농도를 너무 짙게 처리해 세포가 사멸한 위양성(가짜양성)이라고 설명했다.
브릿지바이오는 2021년 하반기에 미국 식품의약국이 권고한 2가지 추가실험을 진행해 BBT-877에 잠재적 독성이 있다는 우려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이정규 대표는 C타입 미팅 내용을 전하며 “미국 식품의약국이 BBT-877의 후속 개발을 위한 추가 시험을 권고한 것에 관해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며 “미국 식품의약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BBT-877의 경쟁 우위를 이어가며 최선을 다해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BBT-877은 오토택신 저해제 계열의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오토택신은 인체 지방인 라소포스파티딜 콜린(LPC)을 리소포스파티드산(LPA)으로 변환시키는 효소다. 리소포스파티드산은 혈관경화증, 종양형성, 종양이전 등 다양한 생리적 활성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릿지바이오는 BBT-877이 오토택신을 저해해 리소포스파티드산을 90% 줄여 항염증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앞서 2019년 독일의 제약회사인 베링거인겔하임에 BBT-877을 기술수출했다.
베링거인하임겔은 브릿지바이오가 임상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던 BBT-877를 기술이전 받으며 2020년 안으로 임상2상 시험에 진입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임상1상 시험과 병행한 BBT-877의 전임상 시험에서 잠재적 독성 우려가 제기돼 2020년 11월 BBT-877에 관한 권리를 다시 브릿지바이오에 넘겼다.
브릿지바이오는 전임상 시험이나 임상1상 시험을 마친 시점에 기술이전을 추진하는 사업방식을 진행하고 있어 당시 기술반환은 브릿지바이오의 신약 후보물질 개발력에 의심어린 시선을 낳게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BBT-877의 가치를 2300억 원 정도로 추정했으나 2020년 임상이 늦어졌고 결국 반환이 이뤄져 1240억 원 정도로 가치를 낮춰 잡았다. 1천억 원 넘게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이 대표는 미국 식품의약국과 논의하며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을 계속 개발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브릿지바이오는 올해 2월 벨기에 제약회사 갈라파고스가 BBT-877과 동일한 오토택신 저해제 약물의 임상3상 시험을 진행하던 도중에 중단했기 때문에 BBT-877의 개발에 성공한다면 오토택신 저해제 계열 약물 최초 의약품이 돼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브릿지바이오는 폐섬유증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18년 기준 22억 달러(약 2조5천억 원) 수준이지만 해마다 13.1%씩 성장하는 고성장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