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에서 판매한 뒤 환매가 중단된 디스커버리펀드를 두고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에서 내놓은 분쟁조정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이 투자자들과 배상비율에 의견차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투자금 전액을 배상하지 않으면 사태가 내년까지 장기화될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29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금감원 디스커버리펀드 분쟁조정안을 수락한 투자자들과 기업은행이 개별 협상을 통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는 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일부 소비자에 불완전판매가 이뤄졌다며 투자자들에 원금의 40~80%를 배상하라는 권고를 내놓았다.
기업은행 이사회는 최근 금감원 분쟁조정안을 수락하기로 결정했는데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자단체는 기업은행이 원금의 100%를 배상해야 한다며 분쟁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단체는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과 청와대 앞 광장에서 주기적으로 기업은행의 투자금 전액 배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업은행이 투자금 전액을 환불해야 한다는 투자자단체의 목소리는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옵티머스펀드 등 부실 사모펀드에 투자한 원금을 100% 배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뒤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기업은행 이사회도 한국투자증권 사례를 참고해 같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기업은행 측은 금감원 분쟁조정안 수준에 맞춰 배상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투자자들과 의견차를 좁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분쟁조정위 결정에 맞춰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자들과 계속해 배상비율을 협의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이 100% 배상을 결정한 펀드 투자금은 70억 원 수준인 반면 기업은행의 디스커버리펀드 환매중단 투자금은 761억 원에 이른다. 기업은행이 원금 전액을 배상한다면 수백억 원의 손실을 추가로 감내해야 한다.
기업은행이 국민 세금으로 이뤄진 정부 출자를 받아 운영되는 기관인 만큼 투자자들의 주장대로 원금을 모두 배상하는 것은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특성상 펀드 환매 중단사태는 결국 정부의 책임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비판이 거세질수록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자단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기업은행의 펀드 환매 중단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내년 대통령선거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투자자단체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내놓은 분쟁조정안을 전면적으로 거부하겠다”며 “한 단계 더 강력한 투쟁방안을 마련해 기업은행뿐 아니라 정부의 해결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결국 직접 전면에 나서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거나 기업은행 이사회가 원금 100% 배상을 결정해야만 사태가 일단락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행장은 기업은행에서 디스커버리펀드 판매가 이뤄진 다음 취임해 이번 사태와 직접적 연관이 없다.
그럼에도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자단체는 윤 행장이 대표자로 나서 직접 투자자들과 면담을 하고 진정성 있는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윤 행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객관성 있는 금감원 분쟁조정절차를 통해 사모펀드 손실 보상이 진행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고객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 분쟁조정안이 투자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기업은행 이사회도 원금 전액배상 등 대안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서 투자자 원금 전액배상이라는 선례를 남기는 일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지만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하고 고객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결정이 될 수도 있다.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자단체는 7월1일까지 금감원 분쟁조정위에서 다룬 2건의 대표사례와 관련해 나온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일 지 결정해야 한다.
나머지 투자사례와 관련한 분쟁조정안 수락 여부는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기업은행과 투자자 측이 장기간 배상 논의를 이어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