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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LS그룹 회장 구자은 되면 어디로, 솔루션기업 더 유연하게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1-06-29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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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LS그룹의 회장에 오른다면 그룹을 어디로 끌고 갈까?

구 회장은 LS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드는 미래혁신단의 단장으로서 LS그룹을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 유력한 3대 회장 구자은, LS그룹을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만들고 싶다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겸 LS 미래혁신단장은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LS그룹은 전선과 에너지, 비철(전기동), 산업기기 등 B2B(기업 간 거래)사업 위주의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다. 실적 변동성 낮고 안정적 성장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구리 가격 등 외부환경의 변화에 취약하고 고성장사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새 성장동력 마련의 필요성도 존재한다.

LS그룹은 최근 3년 동안 안정적 실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2012년 30조 원 수준이었던 전체 매출이 현재 22조 원 수준으로 줄었다는 점에서 새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할 이유도 충분하다.

구자은 회장은 이런 상황을 놓고 과거와 다른 해법을 찾고 있다.

그는 미래혁신단장 메시지를 통해 “좋은 제품을 싸게 많이 만들어 파는 기존의 차별화 방식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며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 좋은 제품을 싸게 만드는 것은 LS그룹이 잘해온 일이며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이라고 하면서도 ‘새로운 경험’과 ‘특별한 가치’를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 회장이 새로운 성공 방정식으로 꺼내든 것은 바로 ‘솔루션’이다.

구자은 회장은 “차별화된 가치와 차별화된 경험을 주려면 제품의 콘셉트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며 “솔루션이라고 부르려면 제품의 기능적 충족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제품을 사용하기 이전부터 제품 사용 후까지 모든 고객경험 과정을 전반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토탈솔루션으로서 제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자은 회장이 강조한 지점은 현대차그룹의 변화 방향과 일맥상통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그룹을 단순한 자동차 제조기업이 아닌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그룹의 체질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미래 고객들은 단순히 자동차를 사는 것을 넘어 자율주행부터 시작해 라스트마일 등 모빌리티 분야의 모든 서비스를 체험하고 싶어 하고 이를 충족하는 기업만이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것이다.

구 회장도 단순히 전선과 에너지, 산업기기 등의 각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을 넘어 제품 공급부터 사후서비스 등을 유기체처럼 연결해 제공하는 솔루션을 새 비즈니스모델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LS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B2B사업을 하다 보니 전통적 사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한계가 있는데 이제는 고객들이 원하는 수요를 고객보다 앞서 알아내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고객의 가치라는 것은 우리 제품을 쓰기 이전의 경험과 그 이후의 경험이 의미 있게 달라져야 한다”며 솔루션 제공을 통한 고객의 경험 변화를 강조했다.

실제로 그가 이끄는 미래혁신단을 통해 각 계열사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보면 솔루션 중심의 사업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LS그룹에 따르면 LS는 현재 기존 사업들 가운데 데모 과제를 설정한 뒤 고객에게 가치 있는 최소 수준의 상품을 뜻하는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정의한 뒤 이를 구현하는 과정을 거쳐(솔루션 및 운영모델 개발) 고객중심의 새 사업모델을 상업화해 제시하려고 하고 있다.

구자은은 어떻게 LS그룹 바꿔가나, ‘애자일 전략’과 ‘고객 관찰’에서 해답 찾는다

구 회장은 LS그룹의 솔루션기업 변화를 위해 유연한 조직을 만드는 것, 즉 애자일 전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애자일 전략은 기업을 실행 중심의 민첩한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경영기법이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일단 실행하고, 빨리 실패해보고,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배운 뒤 다시 시도함으로써 경쟁기업보다 앞선 혁신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구 회장은 새 성공 방정식을 찾으려면 빨리 실패하고 빨리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오늘 생각한 것이 내일 생각해보면 틀린 경우가 정말 많다”며 “계속해서 의심하고 맞는지 틀리는지 반복적으로 확인해가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애자일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구 회장이 이끄는 미래혁신단은 2020년 12월에 연 ‘2020 LS 애자일 데모데이’ 행사의 주제로 ‘Be Agile(애자일해지자)’을 정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LS 미래혁신단을 통해 각 계열사와 함께 애자일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그는 2년여의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과가 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구 회장의 발언을 인용하면 애자일은 기본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꿔서 참여자들의 행동을 바꾸고 생각하는 방법도 변화시키는 연쇄작용으로 이어진다.

물론 애자일 프로젝트가 꼭 LS그룹의 긍정적 미래를 담보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구 회장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의 씨앗을 심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성과가 있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LS그룹에 우리도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며 “애자일이 더 이상 LS그룹의 새로운 얘기가 아닐 때까지 계속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애자일 전략의 시작은 고객 관찰이라고도 강조한다. 고객경험의 변화를 위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포인트가 고객에게 있다며 이를 철저하게 관찰하고 고객 반응에 공감해야만 변화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LS그룹에 따르면 각 계열사는 조사나 분석에 얽매이지 말고 고객을 관찰해야 한다는 구 회장의 신념에 따라 고객들과 만나 어떤 경험을 하는지 살펴보며 이를 어떻게 가치있게 만드는지 고민하고 있다.

구자은의 LS그룹, 소규모 인수합병 전략 다시 꺼내들까

그렇다면 구 회장은 LS그룹의 청사진을 구체화하기 위해 실제로 어떻게 그룹을 꾸려나갈까?

LS그룹의 지주사인 LS는 이미 신사업 투자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최근 회사채 발행으로 1200억 원을 조달하려고 했으나 수요예측이 흥행하면서 모두 1840억 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LS가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조달자금의 사용목적은 모두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명시돼있다. 즉 인수합병이다.

LS는 이와 관련해 “투자대상 명확히 확정되지 않았으나 신재생에너지 및 전기차와 관련된 업종에 지분 투자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함께 적어놓았다. 시기는 2021~2024년이다.

다음 성장동력으로 태양광모듈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그리드, 해저케이블 등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용 전장부품에 들어가는 직류고전압릴레이, 전기차 구동용 권선 등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LS그룹이 인수합병을 위해 마련한 실탄은 통상적으로 봤을 때 적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10대 재벌그룹들은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한 기업에만 조 단위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LS그룹이 2000년대 후반 스몰 인수합병 전략으로 성과를 냈던 점을 감안해보면 향후 행보를 주목할 만하다.

LS그룹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단 3년 동안 중소형기업 12개를 인수했다. 당시 LS그룹이 투입한 돈은 모두 1조1천억 원가량이었다. 한 기업을 인수하는데 1천억 원도 쓰지 않았다는 뜻이다.

LS그룹은 이런 스몰딜을 바탕으로 2003년 계열분리 당시 7조3500억 원대였던 전체 매출을 2012년 기준 30조 원 가깝게까지 늘릴 수 있었다.

LS그룹 관계자는 향후 인수합병 전략과 관련해 “지주사 LS만 보자면 2019년 진행한 지분투자나 인수합병 규모가 350억 원 수준으로 이번에 조달한 자금 1840억 원은 결코 적지 않은 금액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미래산업을 중심으로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LS그룹 전체의 자체보유 현금은 새 먹거리사업 발굴에 충분한 수준까지 늘었다.

LS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2018년 1조5260억 원에서 2019년 1조6560억, 2020년 2조1990억 원으로 증가했다. [채널Who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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