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뒤 백 대표는 단독대표이사 경영체제에서 처음으로 NB라텍스의 대규모 증설결정을 내렸다.
▲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NB라텍스 업황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백 대표의 이번 증설 결정이 금호석유화학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25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해보면 NB라텍스 수요와 관련해 고점(Peak-out)에 도달했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NB라텍스는 의료용 장갑은 물론 산업용과 조리용으로 쓰임새가 커지는 합성고무소재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말 기준 생산능력 64만 톤으로 세계시장 1위에 올라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NB라텍스 수요가 조만간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JP모건은 NB라텍스의 수요가 정점을 찍은 뒤 내려갈 우려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올해와 내년 금호석유화학의 주당순이익(EPS)이 현재 시장전망치보다 각각 12%, 28%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이와 같은 전망을 근거로 금호석유화학의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변경하고 목표주가를 34만 원에서 18만 원으로 절반 가까이 급격히 내려잡았다.
반면 국내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JP모건의 전망을 놓고 과도한 우려라는 시선을 내보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해외기업들의 장갑공장 증설이 이뤄지면서 평균 판매단가가 하락할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하지만 장갑업체의 판매가 하락이 마진율 훼손으로 직결되지 않아 원료업체에 단가 인하 압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NB라텍스 증설속도보다 장갑공장 증설속도가 더욱 가파르기 때문에 가격협상에서 우위는 NB라텍스 업체에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다른 NB라텍스 생산업체인 LG화학이 2023년 증설을 완료하기 전까지는 공급부족이 이어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도 “NB라텍스는 코로나19 진정 뒤 일부 수요 둔화 우려가 존재한다"면서도 "하지만 전체적 수요는 여전히 단단하며 공급은 빡빡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오히려 금호석유화학의 현재 주가는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백 대표는 이렇게 NB라텍스 업황을 향한 엇갈린 전망 속에서 22일 이사회를 통해 NB라텍스 생산능력을 24만 톤 늘리기로 결정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번 증설을 위해 모두 2560억 원을 투자한다.
2023년 말 증설이 완료되면 금호석유화학의 NB라텍스 생산능력은 64만 톤에서 95만 톤으로 늘어나게 된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는 NB라텍스 증설을 발표하면서 “NB라텍스의 활용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 증설을 통해 안정적 생산체계를 구축하려고 한다”며 “이번 증설로 NB라텍스를 비롯한 합성고무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이번 NB라텍스 증설을 발표하면서 향후 업황을 고려해 추가적으로 47만 톤의 증설투자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JP모건의 전망과 다르게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이런 백 대표의 경영판단과 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석유화학 업종의 특성상 업황과 증설 사이에 시간 차이가 있어 시황예측의 정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백 대표는 전문경영인으로서 정확한 시황예측을 통해 실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할 뿐만 아니라 금호석유화학의 3세 경영체제를 위한 발판을 다져놓아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자녀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전무와 박주형 구매자금담당 상무는 최근 각각 부사장과 전무로 승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준경 전무의 부사장 승진은 2020년 7월 전무로 승진한 뒤 11개월 만에 이뤄졌다. 박주형 전무는 2015년 상무로 금호석유화학에 입사한 뒤 5년여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2021년 6월24일 기준으로 박 부사장은 금호석유호학 지분을 7.17% 들고 있고 박주형 전무는 0.98%를 보유하고 있으며 박찬구 회장이 6.69%를 쥐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근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데 이어 두 자녀가 승진함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의 3세 경영이 조만간 본격화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이번 NB라텍스 증설결정은 내부적으로 향후 시장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한 끝에 결정된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백종훈 단독대표체제가 이제 막 시작된 상황에서 3세 경영과 관련해 말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