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는 25일 원큐쿠폰(1Q coupon)카드 등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89종의 신규·추가발급을 중단했다.
카드사에서 수십 종의 카드를 한꺼번에 정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이번 하나카드의 카드 정리는 300만 좌 넘게 발급된 하나멤버스 1Q카드 시리즈 등 예전 주력 상품군도 포함됐다.
신규 발급 수요가 거의 없는 카드들을 단종해 불필요한 관리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다. 카드 상품 판매를 유지하려면 재고나 인력 등을 유지해야 해 계속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권길주 하나카드 사장이 본격적으로 수익성 개선에 팔을 걷어붙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하반기에 진행되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차원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3년마다 재산정이 이뤄지는데 올해가 2018년에 이어 수수료 재산정이 이뤄지는 해다. 2007년 이후 13차례 조정에서 매번 수수료율이 낮춰진데다 최근 카드 업황 호조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력이 가중되고 있어 카드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권 사장도 4월 취임할 때 올해 예상되는 사업상 어려움으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을 콕 집어 지목했다. 이번 대규모 카드 구조조정이 수수료 재산정에 대비해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하나카드의 최근 실적은 더할 나위 없는 호조세다. 2020년 역대 최고 순이익 1545억을 냈고 1분기에 이미 지난해 연간 이익의 절반에 이르는 725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하나카드의 카드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7% 남짓으로 전업카드사 가운데 최하위이지만 순이익은 롯데카드·우리카드보다 앞서 있다.
하나금융그룹 안에서도 1분기 하나캐피탈(609억 원)을 제치고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순이익을 냈다.
권 사장은 4월 갑작스럽게 물러난 장경훈 전 사장의 후임을 맡아 하나카드 대표이사를 맡았다. 임기는 2022년 3월까지 채 1년이 되지 않는다.
하나카드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만큼 기존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권 사장이 선제적으로 대규모 상품 정리에 나서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하나카드는 이전에도 신용카드 상품을 정리한 적이 있다. 권 사장이 이전 사례를 참고했을 가능성도 떠오른다.
하나카드는 2017년 7월 글로벌스카이패스카드 등 기존에 신규 발급 중단한 신용카드 70종 이상의 갱신발급을 중단하면서 대거 단종시켰다.
하나카드의 카드 구조조정은 실적 개선에도 도움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카드는 2017년 수수요율 인하, 업황 부진 등 카드업계 실적이 악화한 가운데에도 2016년보다 40%가량 증가한 1064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불황 속 실적 증가의 성과는 정수진 당시 하나카드 사장의 연임으로도 이어졌다. 정수진 전 사장은 2016년 권 사장과 마찬가지로 1년 임기로 하나카드에 취임부임했다가 두 차례 임기를 연장해 2019년까지 재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