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유통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김범석 의장이 쿠팡의 첫 해외진출 지역으로 일본을 선택한 것을 두고 지리적, 문화적 특성이 한국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주식투자전문 매체인 시킹알파는 “글로벌사업 확장이 없다면 쿠팡의 성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5~10년 동안은 좋은 투자처가 아닐 수 있다”며 “쿠팡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해외 국가는 일본을 비롯해 싱가포르, 홍콩, 방글라데시다”고 꼽았다.
일본, 싱가포르, 홍콩, 방글라데시의 공통점은 모두 인구가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인구밀도가 높으면 물류센터의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이커머스업체가 사업을 확대하기 적합하다.
특히 일본은 한국과 문화적 특성이 가장 유사하면서 시장 규모가 싱가포르 등 다른 지역보다 월등이 크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 이커머스시장은 거래규모가 2020년 기준 전체 상거래의 6.9%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 초기단계여서 성장 잠재력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닛케이신문은 “일본은 이커머스가 전체 유통부문의 6.9%만을 차지하는 시장으로 미국과 중국 등에 비해 성장의 여지가 크다”며 “쿠팡의 일본사업은 시험단계이나 협업 진행에 따라서 일본의 이커머스시장에 본격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김 의장은 그동안 쿠팡의 강점으로 내세운 ‘로켓배송(다음날 배송)’이 아닌 근거리 배달서비스로 일본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쿠팡은 일본 도쿄 일부 지역에서 신선식품, 생필품 등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신선식품서비스인 ‘로켓프레시’와 배달서비스인 ‘쿠팡이츠’를 합친 형태다. 국내에서는 음식 주문만 배달원이 배송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모든 제품을 배달원이 즉시 배송한다.
김 의장이 이처럼 일본에서 근거리 배달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쿠팡의 로켓배송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초기 투자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의 한국 배송 시스템을 일본 현지에도 적용하려면 막대한 물류센터를 지어야 하는데 아직 성공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물류망을 구축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반면 근거리 배달은 대형 물류센터의 건립 없이도 충분히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
쿠팡은 일본에서 소형 점포를 물류센터로 활용해 인근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 기사를 통해 신선식품 등을 전달한다.
이커머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의 로켓배송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소요될 수밖에 없어 해외 진출 모델로는 위험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우선은 근거리 배달서비스로 일본 이커머스시장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쿠팡이 일본에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로켓배송’ 등 쿠팡의 주력서비스를 정착시켜야 한다.
하지만 쿠팡이 일본에서도 한국에서처럼 빠른 배송으로 성과를 내려면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일본은 주요 도시의 거리가 한국보다 훨씬 넓게 퍼져 있어 더 많은 물류센터를 구축해야하는 지리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 면적으로만 계산해도 일본의 국토 면적은 한국의 3배에 이른다.
현재 일본 이커머스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재팬은 현재 일본에서 모두 27개의 대형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현관 앞 배송에 따른 상품 분실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아파트가 많은 한국과 달리 일본은 단독주택의 비중이 높아 현관 앞에 물건을 놓았을 때 분실되는 사례가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인 도쿄해상일동화재는 2020년 배달된 택배 물품이 도난당했을 때 이를 보상하는 택배분실보상보험을 내놓기도 했다.
쿠팡 관계자는 “일본 특정 지역에 한정해 서비스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다”며 “아직 서비스 확대 여부 등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