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에 이준석 대표체제가 등장하면서 윤 전 총장이 대통령선거를 향해 걸어가는 길을 놓고 계산을 다시 해야 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 대표는 나경원·주호영 등 다른 당대표후보들과 달리 공정경쟁에 방점을 찍으면서 정당한 경쟁을 강조해 온 만큼 윤 전 총장을 '특별 대우'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앞서 나 전 의원은 후보 시절 대선 경선룰 확정을 9월 추석연휴 뒤로 미뤄 윤 전 총장에게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전 원내대표도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수사했던 검사 윤석열의 과거와 입당문제를 따로 봐야 한다면서 윤 전 총장을 감싸줬다. 이른바 윤석열 모시기 경쟁을 벌인 것이다.
반면 이 대표는 후보 시절부터 ‘경선버스 정시 출발론’을 들어 윤 전 총장만을 배려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 대표는 11일 당 대표 기자회견에서 “특정주자를 위해 룰을 만든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 당내 인사의 총의를 모아 경선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경선 일정은 제가 아무리 당긴다고 하더라도 실무적으로는 8월 중순이나 말 이후에나 시작할 수 있다. 특정주자를 배제하기 위한 경선일정 조정은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등 외부주자들에게 대선후보에 뜻이 있다면 늦어도 8월까지는 국민의힘에 입당해야 한다고 압박한 셈이다.
최근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조기입당설’을 부정하며 본격적 정치 행보의 시점을 빨라야 9~10월로 잡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는 이준석 대표가 얘기한 경선일정과 정면으로 부닥친다.
여기에 이 대표는 능력에 따른 공정경쟁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자리는 윤 전 총장의 따논당상이 아니며 그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 여러 대선주자들 가운데 한 사람일 뿐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11일 당대표 선출 뒤 기자회견에서 “원희룡 제주지사나 유승민 전 대표 외에도 하태경 의원도 출마의지를 밝혔다. 더 많은 후보군이 있다고 본다”며 “당 밖에도 문재인 정부와 맞서는 데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분들이 있다. 윤 전 총장, 안철수 대표, 최재형 감사원장 등이 대선 참여 의사가 있다면 안내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나경원 전 의원 등이 당대표가 됐다면 윤 전 총장에게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은 요식행위에 불과했을 공산이 컸다. 다른 후보들과 지지율 격차가 워낙 큰 데다 신임 지도부가 윤 전 총장를 사실상 추대할 뜻을 공공연히 표시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대표가 제1야당 최초로 30대 대표로 선출되면서 당쇄신에 본격 나서면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윤 전 총장이 그 흐름에 올라타려고 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해 '윤석열-이준석'의 쌍두마차로 대선을 향해 뛰어가는 그림도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 수사 1호’로 압박을 시작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보호를 받는 것이 더 낫다는 시선도 나온다.
또한 윤 전 총장의 잠행이 길어지면서 피로감이 커졌고 '간보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 입문시기를 늦출수록 용기가 없어 망설인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정치적 상처를 되도록 덜 입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제대로 된 경선판이 벌어진다면 윤 전 총장은 다른 주자들의 집중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과 화학적 결합이 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 쪽 공격보다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실제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 사이에선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있으면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보수진영 인사들을 핍박했다는 바라보고 있다.
여야 사정에 밝은 정치권 한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최대한 상처를 받지 않고 대통령선거 본선무대에 오르려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최대한 입당시기를 미룰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라서 윤 전 총장은 조금 더 지켜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