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뇌물사건을 놓고 원심의 유죄 판단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0일 오전 김 전 차관에게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김 전 차관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대법원은 이날 김 전 차관 쪽이 2월 청구한 보석도 허가해 김 전 차관은 8개월 만에 석방됐다. 앞서 김 전 차관은 2020년 10월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법정구속됐다.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에서 이른바 ‘스폰서 뇌물’ 유죄판결의 근거가 된 건설업자 최모씨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2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2000~2011년 스폰서 역할을 한 최씨로부터 43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유죄로 봤다.
애초 최씨는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준 사실을 인정하지 않다가 수사기관에서 사전 면담을 한 뒤 태도를 바꿨다.
재판부는 “최씨가 검찰에 소환돼 면담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의 영향을 받아 진술을 바꿨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최씨가 1심과 항소심 증인신문 전 검찰과 면담하며 기존 진술을 확인하고 검사에게 법정에서 증언할 내용을 미리 물어본 점 등이 회유나 압박 가능성의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증인을 향한 회유나 압박이 없었다는 사정은 검사가 증인의 법정진술이나 면담 과정을 기록한 자료 등으로 사전면담 시점, 이유와 방법, 구체적 내용 등을 밝힘으로써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폰서 뇌물’ 이외에 항소심에서 면소·무죄로 판결한 김 전 차관의 뇌물·성접대 혐의를 놓고서는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면소는 형사소송에서 소송을 계속 진행하기 위한 소송조건이 결여돼 공소권이 없어져 기소를 면제하는 것을 뜻한다. 공소시효가 소멸됐거나 사면됐을 때 면소 판결을 받는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의 발단이 된 김 전 차관의 성범죄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가 확정돼 처벌이 불가능해졌다.
김 전 차관은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1억3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김 전 차관이 2006~2007년 원주 별장과 오피스텔 등에서 윤씨로부터 받은 13차례의 성접대는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공소사실에 적시됐다. 2003~2011년 스폰서 역할을 한 건설업자 최씨로부터 5100여 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의 대부분 혐의를 놓고 면소·무죄 판결을 내렸다.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받은 스폰서 뇌물 가운데 4300만 원은 유죄로 보고 징역2년6개월에 벌금 500만 원, 추징금 4300만 원을 선고했다. 다만 윤씨로부터 받은 다른 뇌물과 성접대 등에 놓고는 1심과 마찬가지로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을 유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