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채권단은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으로 어떤 기업이 되기를 바랄까?
이스타항공 인수전은 하림그룹과 쌍방울그룹의 2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자금조달 능력이나 인수 뒤 경영능력 등을 놓고 봤을 때 하림그룹을 최적의 인수자로 꼽는 시선이 많다.
10일 항공업계와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14일 이스타항공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앞두고 하림그룹과 쌍방울그룹이 이스타항공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스타항공 채권단이 찾고 있는 새 주인의 조건은 명확하다. 바로 ‘자금력’이다.
투자은행업계는 이스타항공의 매각가격만 최소 1500억 원에 이르고 인수 뒤 경영에는 여기에 2배가 넘는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바라본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부채만 2천억 원이 넘는다. 직원 급여와 세금 등 변제가 시급한 채무만 해도 85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 채권단은 우선 인수자 선정에서 입찰금액 규모, 자금투자 방식, 자금조달 증빙, 인수 뒤 경영능력, 종업원 고용승계, 매각절차 진행의 용이성 등 6가지 항목을 평가하는데 특히 입찰금액 규모에 중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이스타젯, 삼성카드 등 회사들이 이스타항공 채권단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림그룹은 대기업집단으로 쌍방울그룹과 비교해 자금력에서 훨씬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림그룹은 자회사 팬오션을 통해 이스타항공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는데 팬오션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2238억1500만 원이다.
여기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1일 언론매체와 전화인터뷰에서 “하림그룹 자체적으로 7천억~8천억 원의 실탄이 확보돼 있다”고 자금력을 놓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쌍방울그룹은 계열사 광림을 중심으로 미래산업, 아이오케이 등과 컨소시업을 꾸리고 이스타항공 예비입찰에 참여했는데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규모는 모두 더해도 1천억 원이 못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림그룹이 해운물류기업인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보여준 경영능력도 이스타항공 인수전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항공기 면허가 중단된 상태로 올해 9월 운항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국제선 여객 수요가 언제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스타항공 채권단이 인수 뒤 경영능력도 인수자 선정에서 중요하게 살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림그룹은 2015년 법정관리를 받고 있던 팬오션을 인수한 뒤 해마다 2천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쌍방울그룹은 인수합병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적이 없다. 당장 남영비비안만 해도 2020년 광림을 통해 인수했는데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을 내는 등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쌍방울그룹이 인수의지 측면만큼은 하림그룹을 크게 앞선다고 보는 시선이 항공업계에 많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인수를 할지 안 할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비친 반면 쌍방울그룹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김정식 전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를 인수추진위원장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2013년 이스타항공에 재직할 때 흑자전환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하림그룹과 쌍방울그룹은 전북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한다면 전북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은 두 그룹 모두에게 매력적이다. 2000년 대우자동차가 부도난 뒤 그동안 전북의 대표기업이라고 할 만한 곳이 없었던 만큼 상징성 등 측면에서 얻을 게 많다.
두 그룹은 이스타항공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곳 가운데 사모펀드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특히 주목받고 있다. 두 그룹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것만으로 주력 사업회사 주가는 최근 며칠 사이 출렁이고 있다.
물론 이스타항공이 두 그룹 외 사모펀드나 다른 중견기업 품에 안길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하림그룹이나 쌍방울그룹, 이밖에 다른 사모펀드는 14일 본입찰 때 입찰금액을 써내는데 이 가격이 조건부투자계약자가 제시한 가격보다 높지 않다면 이스타항공은 기존 인수의향자에게 넘어간다.
이스타항공은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스토킹호스는 인수의향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별도로 공개입찰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스타항공은 이미 5월14일 한 중견기업과 ‘인수합병(M&A)을 위한 조건부투자계약’을 체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