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자산운용사인 템플턴자산운용이 현대산업개발과 대림산업 주식을 집중 매수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템플턴 측은 “투자 수익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두 회사의 최대주주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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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템플턴자산운용(이하 템플턴)은 지난해 12월부터 2월 초까지 현대산업개발 주식74만3730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9.21%에서 9.87%로 늘렸다. 지분 인수에는 약 258억원이 투입됐다.
템플턴은 2000년 초 현대산업개발 주식을 처음 취득한 뒤 꾸준히 지분을 늘려 왔다.
템플턴은 2012년과 2013년 사이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18~20% 보유하며 정몽규 회장(당시 18%)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템플턴은 2013년 이후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다시 팔아 치워 지분율이 8%대까지 떨어졌다.
템플턴이 다시 현대산업개발 주식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이 회사는 2015년 11월부터 약 한달 동안 278억원을 투입해 8.29%였던 지분율을 9.21%까지 끌어올렸다.
시장에서는 템플턴의 최근 행보를 현대산업개발의 미래 가치와 연관지어 바라본다. 현대산업개발은 고마진의 민간택지 자체 사업과 외주주택 매출급증으로 실적 개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6030억원, 영업이익 3900억원, 순이익 2390억원을 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고 특히 순이익은 2014년 대비 186.20%나 늘어났다.
수익이 늘어나고 차입금 규모가 줄면서 이자보상배율도 7%로 높아졌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크다는 것은 영업활동으로 번 돈이 금융비용을 지불하고도 남는다는 뜻이다.
현재 현대산업개발은 정몽규 회장 등 최대주주 지분이 18.57%로 가장 많고 이어 국민연금공단이 12.59%로 2대주주, 템플턴이 3대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템플턴은 대림산업 주식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템플턴은 2000년대 초반 보유 중이던 대림산업 주식을 2003년 모두 팔았다가 지난해 10월부터 다시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달에만 176만3489주(5.07%)를 취득한 데 이어 11월부터 최근까지 43만739주(1.25%)를 추가 취득해 대림산업 지분율이 단숨에 6.32%로 높아졌다. 이 기간에 주식 매수에 들어간 돈만 약 1600억원이다.
대림산업은 템플턴이 지분 5.07%를 보유 중이던 2015년 3분기부터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거뒀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680억원, 당기순이익 720억원을 각각 내며 2014년 같은 기간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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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
대림산업은 최근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 발주시장의 최대 수혜 건설사로 꼽힌다. 대림산업은 대형 건설사 중 유일하게 이란에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5년 동안 이란의 건설시장 발주 규모는 2000억달러 안팎으로 추정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템플턴이 처음 주식을 사들였던 지난해 10월 7만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던 대림산업 주가는 현재 8만원을 넘어 9만원대를 바라보고 있다”며 “계열사 고려개발의 출자전환과 감자 이슈가 마무리되면서 주가 악재도 많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대림산업 지분은 현재 지주회사인 대림코퍼레이션과 이해창 부사장 등을 포함한 오너들이 22.39%로 가장 보유하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이준용 명예회장과 이해욱 부회장이 전체 지분의 90%를 소유하고 있다.
이 밖에 국민연금이 10.56%, KB자산운용이 8.0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KB자산운용, 템플턴의 지분을 모두 더하면 약 24%로 오너가의 지분율을 넘어선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지분율이 최대주주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높아지면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템플턴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 85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계 자산운용그룹인 프랭클린템플턴에 속한 회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