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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사무소에서 서울시친환경농산물 급식시스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
박원순 서울시장의 야권 대선주자 대망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박 시장이 서울시장 연임에 성공했다. 여권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최고의 지지율을 보였던 정몽준 후보를 큰 표차로 꺾었다. 5일 서울시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박 시장의 득표율은 56.1%, 정 후보의 득표율은 43.1%다. 둘의 표차는 63만469표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과정에서 서민적이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그 결과 박 시장의 말대로 국민들의 마음에 ‘큰바위 얼굴’을 새겨놓았다.
박 시장은 선거과정에서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제치고 문재인 의원의 뒤를 바싹 쫓고 있다.
서울시장은 ‘소통령’이라 불린다.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굳건한 발판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 연임을 통해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야권 대선주자의 가시권에 들어가게 됐다.
과제는 앞으로 서울시장으로 보여줄 박 시장의 콘텐츠다. 박 시장은 그동안 서울시장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생활시정을 펼쳐 호평을 받았다. 행정능력은 검증받은 셈이다.
박 시장이 대선주자로 나설 경우 서울시장 임기를 마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지만 이 또한 정권교체의 열망이 강하다면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다.
오히려 문제는 박 시장의 권력의지다. 서울시장이 되는 것과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권력의지가 없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이 대권이다. 고건 전 총리 등 한 때 절대적 지지를 받고도 대선가도에서 물러난 숱한 사례들이 이를 말해준다.
특히 박 시장이 야권 대권주자가 되려면 안철수 대표를 넘어서야 한다. 안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불출마선언과 함께 박 시장을 공식적으로 지지했다. 박 시장은 당시 채 10%도 안 되던 지지율에서 하루아침에 1위로 떠올랐고 그 기세를 몰아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박 시장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에서 일등공신이 안 대표다. 이런 안 대표를 넘어설 때 박 시장은 비로소 야권 대권주자가 될 수 있다. 이런 도전을 하느냐 하는 점은 결국 박 시장의 권력의지에 달려있다.
◆ 박원순 대권 유력주자로 떠올라
박 시장은 지난달 한 언론사와 했던 인터뷰에서 대선급 인물이 대거 출마했다는 기자의 말에 “사람이 처음부터 대선급에 대권후보라는 게 따로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시장은 이어 소설 ‘큰바위 얼굴’ 얘기를 꺼냈다. 그는 “저는 늘 큰바위 얼굴을 생각한다”며 “주인공이 늘 위대한 인물을 기다리는데 막상 보니까 그 동네 할아버지가 큰바위 얼굴을 닮았다고 하지 않는가”고 말했다. 박 시장은 “외부의 평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그 인물이 가진 실제 내용, 품격, 콘텐츠, 자질이 중요한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지금 자의든 타의든 가장 유력한 야권의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다. 박 시장 스스로 외부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외부는 지금 그를 대선후보로 지목하고 있다.
최근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박 시장은 처음으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제치며 3위로 올라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5월 셋째주 진행한 이 조사에서 정몽준 후보가 18.6%를 기록해 1위를 유지했고, 2위는 문재인 의원이 15.3%였다. 박 시장은 1주일 전보다 2.3%포인트 상승해 14%를 기록하며 문 의원 뒤를 바짝 쫓았다.
서울시장은 대통령에 견줄 만한 막강한 권력을 지녔다. 서울시가 1년에 쓰는 예산만 해도 20조 원이 넘는다. 인구 1천만이 넘는 대도시 서울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은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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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3일 첫 출발 열차에 탑승해 기관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
◆ 섬세하고 꼼꼼한 박원순 서울시장
박 시장이 이끈 지난 3년의 서울시는 조용했다. 큰 잡음 없이 서울시를 잘 끌어나간다는 호평도 있다. 하지만 여권은 이번 선거에서 박 시장이 지난 3년 동안 아무 것도 한 게 없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캠프 대변인인 진성준 의원은 “특권과 반칙에 눈이 먼 기득권 세력에게 박 시장이 무엇을 안 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서울시민, 보통 서민의 눈에 그들의 일상과 생활을 깨알같이 살피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일을 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서울시 운영에 대해 세세한 사안까지 꼼꼼히 잘 챙기는 완벽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 직원들은 박 후보에 대해 평가할 때 '섬세함과 꼼꼼함'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지난 2일 발생한 서울시 지하철 추돌사고에서도 박 시장의 발 빠른 대처는 화제가 됐다. 박 시장은 병원까지 직접 찾아가 사고 피해자에게 사과했고 트위터를 통해 서울시민에게 사고수습 진행사항을 알리며 사과했다. 이밖에도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을 큰 잡음 없이 저지하고 심야버스를 도입하는 등 작은 부분에서도 그의 업무능력이 빛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시장은 난항이 예상됐던 전면적 무상급식,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비정규직 7천 명의 정규직 전환 등을 조용하지만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서울시 채무를 3조 원 감축하고 외국인 투자를 15% 늘린 것도 대표적 성과다. 박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에 “저에게 4년만 맡겨주시면 서울을 완전히 바꿔놓겠다”고 말했다.
◆ ‘조용한 선거’로 보여준 박원순의 저력
박 시장은 선거 내내 네거티브 공세에 흔들리지 않았다. 박 시장은 선거날 “작은 선거, 돈 안드는 선거, 낮은 선거, 네거티브 없는 선거를 실천하며 새로운 선거문화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박 시장은 정몽준 후보의 계속되는 ‘농약급식’ 공격에도 침착하게 대처했다. 오히려 농약급식을 물고 늘어지는 정 후보에게 “개탄스러운 일이자 시민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일”이라며 “더는 부당한 네거티브로 시민들의 불안을 조장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이라도 중단해 달라”고 역공했다.
박 시장은 정 후보 아들의 트위터 발언이나 부인의 아들 옹호 발언 등에 대해서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언급은 삼가달라고 먼저 말을 꺼냈다.
박 시장은 선거기간에 배낭을 메고 직접 시민을 만났다. 3일 그는 페이스북에 "박원순을 깨워주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지하철 안에서 배낭을 안고 잠들어 있는 사진을 올려 투표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박 시장의 이런 모습은 정책 없이 네거티브로 선거이슈를 선점하려 했던 정 후보와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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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열린 영등포구 거리인사에서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
◆ 박원순의 ‘친서민’ 이미지
박 시장의 경쟁력은 ‘친서민’적 이미지다. 그는 27살 때 시민사회운동에 발을 디뎌 30년 가까이 같은 길을 걸었다.
박 시장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대구지검 검사를 거쳐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1995년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시민사회운동을 시작했고 ‘아름다운 가게’와 ‘희망제작소’ 등을 만들며 대표적인 시민사회 운동가가 됐다.
박 시장이 인권운동가에서 본격적으로 생활에 밀접한 사회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2000년 이후 ‘아름다운 재단’을 만든 이후부터다. 그의 친서민 행보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박 시장은 2002년 아름다운 가게를 열었다. 아름다운 가게는 기부받은 물건을 다시 가공해 저렴한 가격으로 저소득층에 판매하고 여기서 얻은 수익을 다시 기부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현재 전국에 100여 개가 넘는 매장이 있다. 2006년에는 희망제작소를 설립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실제 지방행정에 적용할 수 있는 정책으로 만들어낸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민간연구소다.
이런 그의 활동은 박 시장이 “나는 행정가다”고 자신할 정도로 박 시장의 오늘을 만든 자산이 됐다.
박 시장의 친서민 행보는 시장이 된 뒤에도 계속됐다. 첫날부터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고 노량진 수산시장을 가장 먼저 찾았다. 오세훈 전 시장이 타던 에쿠스 차량을 외부인 의전용 차량으로 돌리고 업무용 카니발 승합차를 몰았다.
서울시장으로 일하는 동안 그가 추진했던 반값등록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은 대표적 친서민정책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영등포 쪽방촌 리모델링, 노숙인 지원, 다문화가족 지원 등 사회적 약자계층을 위한 정책도 활발히 펼쳤다.
박 시장의 재산이 빚만 8억이라는 점도 그의 친서민 이미지를 한층 강화했다.
◆ 강남에서도 통하는 ‘합리적 진보주의자’
박 시장의 또 다른 경쟁력은 그가 강남에서도 통하는 ‘합리적 진보주의자’라는 점이다.
시민사회운동가 출신으로 합리적 진보주의자라는 박 시장의 이미지는 강남 주민들의 거부감을 크게 줄였다.
박 시장이 지난 3년 동안 큰 잡음 없이 조용한 시정운영을 했다는 점도 합리적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했다. 박 시장은 처음 시장이 됐을 때 ‘모든 정책을 무조건 뒤집어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일부의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 간부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상식과 합리에 기준을 두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박 시장은 서울시장이 되기 전 “양화대교 공사를 중단해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남기겠다”고 했지만 시장이 된 뒤 예산낭비가 우려된다며 공사를 계속했다.
박 시장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강남에서 40% 대의 지지율을 얻었다. 진보진영의 후보가 강남에서 40%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이번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박 시장은 강남구에서 44.51%, 서초구에서는 46.29%의 득표율을 얻었고 특히 송파구에서는 53.41%의 득표율로 정 후보(45.88%)를 앞섰다. 강남구에서 둘의 격차도 10.36%포인트에 불과했고, 서초구에선 두 후보의 격차가 불과 6.84%포인트에 그쳤다.
박 시장이 펼치고 있는 복지정책과 약자 위주의 정책에 대해 강남주민들도 상당 부분 찬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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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시스> |
◆ 부정부패와 거리 먼 신선한 박원순
박 시장이 정치에 입문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신선한 인물이라는 점도 큰 강점이다. 박 시장은 시민운동가로 차츰 얼굴을 알릴 즈음인 2006년경부터 꾸준히 정치권의 영입제의를 받아왔지만 거절했다.
박 시장이 2011년 서울시장에 도전할 때 “기성정치, 낡은 정치에 대한 반발과 새로운 리더십을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는데 시민들은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정치평론가인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 후보의 가장 큰 강점으로 “기성 정치인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꼽았다.
박 시장의 이런 차별화된 이미지는 참여연대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사회개혁을 위해 힘쓴 것에서 비롯됐다.
박 후보는 1995년부터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의 사무처장을 맡아 시민운동을 펼쳤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부패 정치인 낙선운동을 펼쳐 86명 중 59명을 공천이나 선거에서 탈락시켰다. 이와 함께 국민생활최저선운동, 사법개혁운동, 작은권리찾기운동, 소액주주운동, 예산감시 정보공개운동 등 다양한 사회참여운동을 전개했다.
이를 통해 박 시장은 개혁적 이미지와 함께 부정부패와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리고 이는 박 시장을 다른 정치인과 확실히 차별되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