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베트남 소매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영업망을 넓히고 현지고객을 위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도 다양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등 경쟁사가 베트남에 진출을 확대하며 신한은행을 추격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어 진 행장이 베트남 법인 외형 성장을 통해 격차를 벌려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3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베트남 현지 영업점을 늘리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만 베트남에 신규 지점 5곳을 설립해 모두 41개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부터 매년 5곳 안팎의 영업점을 새로 연다는 목표를 앞세우고 영업망을 넓히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5개 영업점 모두 베트남 금융당국에서 설립 인가를 받은 상태"라며 "올해 현지 영업점을 신설하는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지역 금융시장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들 사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자 진 행장이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는 데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은 베트남에 모두 15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베트남법인에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금을 지원했고 최근 OK금융그룹과 베트남시장 진출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KB국민은행도 호찌민과 하노이 등 베트남 주요 도시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수백억 원대의 자금을 지원해 현지지점의 자본금을 대폭 늘리는 등 육성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베트남 등 동남아시장에서 한국 기업 및 해외법인뿐 아니라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금융영업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왔다는 점에서 경쟁사와 차별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도 베트남 경제성장 전망을 고려해 소매금융시장 진출을 중심에 두고 현지법인과 지점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신한은행을 추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1위 외국계은행으로 굳건한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주력 영업지역이 대부분 경쟁사와 겹치기 때문에 이들의 추격을 방어하고 격차를 벌려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진 행장은 베트남 신규 영업점 설립을 계기로 고객기반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소매금융 고객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데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현지 핀테크기업과 제휴해 간편결제 등 모바일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디지털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개인 자산관리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베트남 핀테크 신생기업을 직접 육성하며 협업을 추진하는 지원프로그램 '신한퓨처스랩 베트남' 참여기업과 신규 서비스를 개발해 상용화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신한은행이 신한카드 베트남 법인과 협력해 발급하는 현지고객 대상 신용카드도 지난해 카드취급액이 7억5천만 달러에 이르는 등 급성장하며 신한은행의 입지를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
신한생명이 베트남 금융당국에서 현지법인 설립을 승인받은 만큼 내년부터 신한은행이 신한생명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고객 확보와 실적 증가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고액자산가 고객에 특화한 은행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일수록 성장에 더욱 힘이 실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이 궁극적으로 베트남에서 현지은행과 맞먹을 정도의 입지를 갖춰낼 수 있도록 소매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을 가속화하고 인지도를 높인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은 1분기 순이익 284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1.4% 줄어든 수치지만 코로나19 사태 영향을 안정적으로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 행장의 계획대로 현지 영업점 수가 늘어날수록 신한은행 베트남법인이 전체 실적에 기여하는 폭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베트남에서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단기적으로 신한은행의 영업망 확대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신한은행은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5월 말부터 베트남 영업점 인력 일부를 재택근무체제로 전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