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한국과 미국 정부의 해외원전 협력 합의를 반기지만 체코 원전 건설사업 수주만큼은 독자참여의 길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2일 한수원 안팎에 따르면 체코 정부가 체코의 이익을 위해 한국과 미국, 프랑스 등 3개국 원전회사에서 경쟁을 벌이기를 원해 체코 원전 건설사업 수주전에는 한수원이 독자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21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해외 원전시장의 공동진출에 합의하자 앞으로 한수원이 미국 원전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에 나설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면 체코에서는 이미 한수원이 원전 건설사업 수주를 놓고 미국 원전회사 웨스팅하우스와 경쟁을 하고 있다.
정 사장도 보도자료를 통해 “정상 사이 합의를 계기로 한미 협력을 통해 수주활동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고 환영했다.
정 사장은 “이미 해외에 많은 원전을 수출한 경험을 지닌 미국과 함께 해외사업에 진출한다면 수주 경쟁력도 매우 높아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체코 정부는 한국과 미국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원전 건설사업 수주전에 참여하는 데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사장은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원전협력을 이야기하고 프랑스하고는 에너지부 차원에서 신규 원자력기술 등 기후변화 이슈에서 협력을 발표하자 체코가 다소 불편해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체코 정부는 원전 건설사업 수주전에 다자 경쟁구도가 만들어져야 경쟁을 통해 체코에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체코 정부는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더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수주전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오기도 했다.
현재 체코 원전 건설 수주전은 러시아와 중국이 배제되면서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잠재적 입찰 후보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앞으로 해외원전사업에서 한국과 프랑스와 협력하겠다고 발표하자 체코 정부는 자국의 원전 건설사업 수주전에도 영향을 주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체코 원전 건설사업 수주전에서는 독자적으로 참여하는 길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수원 또는 웨스팅하우스 가운데 한 곳이 체코 원전 건설사업을 최종 수주한다면 한국과 미국의 원전협력 합의에 따라 수주에 떨어진 쪽도 이후 원전 건설사업에 함께 참여할 가능성은 있다.
정 사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체코가 최종 입찰에 세 나라가 각각 독자적으로 참여해 주기를 희망한다”며 “명분을 갖추되 실리가 중요하겠다”고 말했다.
체코 정부는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사업비 8조 원가량을 투자해 1천~1200MW 규모의 원전 1기를 건설한다.
체코 정부는 12월까지 입찰 후보자를 상대로 보안평가를 끝낸 뒤 2022년부터 입찰후보자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2023년 공급업체를 최종 선정한다. 원전 건설공사는 2029년부터 시작해 2036년부터 시운전에 들어간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