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이 핀테크 및 IT기업과 경쟁에 대응해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등 새 서비스를 잇따라 도입하며 플랫폼 중심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은 카드사들이 이런 과정에서 규제 등 리스크를 줄이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소통을 강화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일 카드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여신금융협회가 회원사들의 이익을 대변해 금융당국에 의견을 전달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기업과 핀테크기업이 간편결제 등 디지털플랫폼을 앞세워 금융시장 진출을 확대하면서 결제시장에서 직접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카드회사들에 위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그동안 핀테크 등 디지털 신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IT기업과 핀테크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하기 유리한 경쟁환경을 만들어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핀테크와 IT기업, 은행을 대상으로 신사업 진출과 새 서비스 출시를 적극 허용한 반면 카드사는 오픈뱅킹 도입이 늦어지는 등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의 모바일앱에서 여러 금융회사 계좌와 카드 등을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는 오픈뱅킹서비스는 2019년 말부터 은행과 증권사, 상호금융조합, 저축은행 등에 순차적으로 출시됐다.
반면 금융당국이 카드사에 오픈뱅킹서비스를 시행한 날짜는 5월31일로 얼마 되지 않았다.
카드사들은 이제 도입된 오픈뱅킹서비스와 8월 시행되는 마이데이터서비스를 앞세워 자체 모바일플랫폼을 강화해 핀테크와 IT기업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민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곳에 흩어진 고객 개인정보를 모아 맞춤형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데 오픈뱅킹의 편리한 금융업무 지원과 합쳐지면 카드사 플랫폼에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카드사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금융당국에서 투자일임업 등 신사업 진출을 허용하거나 핀테크 및 IT기업의 후불결제 허용을 재검토하는 등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과 카드사들 사이 가교 역할을 하는 여신금융협회가 이런 상황에서 역할을 강화하고
김주현 회장도 더 적극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핀테크기업들이 규제완화로 급성장하는 동안 여신금융협회가 거의 존재감을 보이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이해관계를 더 확실하게 대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금융당국에서 논의되는 카드수수료 인하방안과 카드사 중금리대출 최고금리 인하, 신사업 진출 규제 등에 관련해 카드사들의 고충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여신금융협회장에 오른 뒤 금융당국에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카드사들의 어려움을 알리고 이를 통해 카드사의 신용공여여력 한도기준을 낮추는 규제 개선을 주도한 적이 있다.
카드사들이 규제완화에 힘입어 데이터 등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여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단기간에 디지털플랫폼 경쟁력도 높일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김 회장이 금융당국에서 여러 요직을 거친 관료출신 인사라는 점도 금융당국과 원활한 소통으로 카드업계를 지원할 수 있는 규제 완화를 이끌어 낸 배경으로 꼽힌다.
카드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준비하며 핀테크 및 IT기업과 치열한 플랫폼 경쟁을 앞두고 있는 만큼 김 회장의 역할에 다시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김 회장도 이런 점을 고려해 카드사들이 디지털 전환을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이제는 카드업계가 핀테크나 IT기업보다 더 혁신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감독당국과 협의 등 다각적 노력으로 디지털혁신 성공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카드사들은 1분기까지 대체로 좋은 실적을 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해외가맹점 수수료 감소와 마케팅비 축소 등 일회성 요인에 따른 영향이 크다.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성장기반을 마련하려면 핀테크와 IT기업에 맞설 수 있는 디지털 신사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고 김 회장과 여신금융협회의 역할도 더 중요해지고 있다.
김 회장은 30년 넘게 공직에 몸담은 관료출신으로 국세청과 재무부를 거쳐 금융감독원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국장과 홍보관리관, 기획행정실장 등으로 일했다.
이후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국장과 사무처장을 거쳤고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지낸 경험이 있어 금융업계 현안에 밝고 금융당국과 활발한 소통을 주도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김 회장은 2019년 6월18일 여신금융협회장에 취임해 곧 취임 2주년을 맞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