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 회장직에 이어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난다면 홍 전 회장 일가 중심의 가족경영체제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보여줄 수 있다.
▲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4일 남양유업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남양유업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의 어머니 지송죽씨와 아들 홍진석 전 상무가 사내이사에서 내려오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지씨는 1929년 출생으로 올해 93세다.
남양유업 비상대책위원회가 대주주에게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남양유업은 홍 전 회장이 4일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7일 경영쇄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사내이사 2명이 17일 사임 의사를 밝혔고 현재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이사회를 거쳐야 하는 지점이 있어 시간이 다소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홍 전 회장도 두 사람에 이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홍 전 회장이 사내이사로 계속 남아 있는다면 회장직에서 물러난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이사회를 새로 꾸린 뒤 새 대표를 선임할 것으로 파악되는데 홍 전 회장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작동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남양유업의 지배구조가 홍 회장과 가족을 중심으로 굳건하다는 점은 홍 회장이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쇄신하는데 소홀한 모습을 보인 이유로 꼽힌다.
홍 전 회장까지 사내이사에서 물러난다면 남양유업 이사회에는 더는 대주주 일가가 남아있지 않게 되는 만큼 남양유업의 대대적 변화 의지를 향한 신뢰도도 높아질 수 있다.
남양유업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과 그의 어머니 지송죽씨, 아들 홍진석 전 상무 등 대주주 일가 3명이 사내이사에 올라있다. 나머지 1명은 이광범 대표이사인데 이 대표는 3일 사임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홍 전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 여부가 ‘불가리스 사태’의 마무리와도 관련이 있다고 보는 시선도 유통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홍 전 회장이 50년 가까이 일해 온 남양유업의 회장직을 내려 놓은 이유도 사실상 ‘불가리스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기 위해서였다.
홍 전 회장은 4일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국민과 직원, 낙농가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남양유업의 최대주주로 지분 51.68%를 들고 있다. 자식들에게 경영권은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세종시는 6월24일 청문회를 열고 남양유업의 의견을 들은 뒤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남양유업의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비상대책위원회가 회사와 함께 혁신을 이끌고 있다”며 “홍 전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과 관련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