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봉화군에 따르면 영풍이 석포제련소 내부 지하수의 낙동강 유입을 막는 ‘지하수 차집시설’ 공사를 위해 신청한 하천점용 허가와 관련해 24일까지 결론을 내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봉화군 관계자는 “석포제련소의 하천점용 허가 신청과 관련해 영풍, 환경단체 등과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속해서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영풍 측 신청에 답을 줘야하는 기간이 24일까지인 만큼 그 전에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풍에선 이번에도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바라보고 있다.
석포제련소는 지난해부터 봉화군에 지하수 차집시설 공사를 위한 하천점용 허가를 신청했지만 봉화군은 추가 서류 제출 등을 요구하며 지금껏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지하수 차집시설은 공장 내 지하 차수막과 오염방지공으로 막지 못한 오염 지하수가 낙동강으로 흘러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시스템이다.
공장 외곽 하천에 설치하는 만큼 석포제련소는 지난해 4월부터 봉화군과 하천점용허가 협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1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이 하천점용 허가에 반대하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진다.
환경단체들은 석포제련소가 이미 공공수역인 공장 앞 하천을 다수 점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하천점용 허가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수동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석포제련소가 지하수 처리시설을 짓는 데는 전적으로 찬성하지만 기업의 사적 이익을 위해 공공수역에 오염처리 시설을 만드는 것은 맞지 않다”며 “오염처리 시설은 제련소 부지 안에 만들어야 하고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수 차집시설이 낙동강 상류 환경개선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기선 석포제련소 공동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석포제련소에서 나오는 물 중에는 산도(산성)가 너무 세서 암반이 녹는 곳도 있다”며 “이전에 설치한 차수벽도 뚫리는 마당에 차집시설 등 환경시설을 갖추는 것은 환경 개선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석포제련소는 현재 환경부의 환경통합 허가 심사를 받고 있는데 이를 안정적으로 통과하기 위해서는 ‘낙동강 수질오염 제로(0)’의 핵심사업으로 내세운 지하수 차집시설을 안정적으로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환경통합 허가는 예전에 별도로 진행하던 환경 인허가를 하나로 통합해 진행하는 것으로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장 운영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석포제련소 측은 지하수 차질시설을 구축하는 데 아무리 빨라도 8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설비 구축 과정에서 하천 아래 까다로운 암반 등을 만나면 공사 기간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착공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영풍 관계자는 “애초 늦어도 올해 3월이면 지하수 차집시설 공사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지금도 인허가가 나면 바로 공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고 있다”고 말했다.
▲ 영풍 석포제련소 제1공장 외곽 지하수차집시설 1차 공사 구간. <영풍>
이 사장은 환경 개선사업뿐 아니라 환경문제와 관련한 신뢰 회복에도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석포제련소는 국내 대표적 환경문제 사례로 꼽힌다. 봉화군으로부터 하천점용 허가를 얻는다 해도 환경단체의 반발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환경단체들은 강 상류에 있는 석포제련소를 낙동강 수질오염의 원인으로 보고 수년 전부터 공장 이전을 주장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매년 국정감사에서 석포제련소 문제를 다루며 환경단체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사장은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금속공학으로 석사학위, 미국 유타대학교 대학원에서 금속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전문경영인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을 거쳐 2015년 영풍에 합류했고 2016년 3월 대표에 올라 5년 넘게 회사를 이끌고 있다.
누구보다 석포제련소 환경문제를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오랜 기간 쌓인 시장의 불신을 푸는 데 적임자일 수 있다.
이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환경 개선사업을 제1과제로 꼽으며 무엇보다 신뢰를 강조했다.
이 사장은 “2021년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석포제련소의 지속가능성을 실체적으로 증명해 보이는 일이다”며 “공장 앞 낙동강의 윗물과 아랫물의 수질이 같도록 해 ‘낙동강 상류 수질오염 제로’라는 선언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