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장관후보자들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정국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장관후보자들 엄호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부적격 인사를 걸러내겠다며 공세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 (왼쪽부터)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
5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여야는 장관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두고 샅바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정권 말기 안정적 국정운영을 뒷받침 하기 위해 장관후보자 모두 청문회 문턱을 넘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 명이라도 낙마하면 정부와 여당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장관후보자들의 흠집잡기에 나섰다.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청문회가 열리기 전인 3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당장 해양수산부 장관후보자부터 심각하다”며 강도 높은 인사청문회를 예고했었다.
4일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에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만 유일하게 채택됐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후보자의 청문보고서도 6일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후보자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후보자,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후보자 3명의 청문보고서 채택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이 3명의 후보자에 관해 ‘부적격’ 의견을 내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청문보고서 채택 자체를 거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장관후보자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내세운 ‘7대 배제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인사검증 단계에서 걸러졌어야 할 인사들이 지명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4일 논평을 통해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이 붕괴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의혹을 몰랐다면 검증 실패이고 알고도 지명했다면 도덕적 해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장관 인사기준으로 제시한 7대 배제원칙은 △병역기피 △불법 재산증식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성범죄 △음주운전이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후보자는 논문표절과 가족동반 외유성 해외출장, 위장전입, 아파트투기, 이중국적자 두 딸의 국민건강보험 혜택 등 의혹이 나왔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후보자는 자녀들의 강남학군 배정을 위한 위장전입, 관사 재테크 등 의혹이 제기됐다.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도 영국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할 때 부인이 고가의 도자기를 사와 귀국하면서 관세도 내지 않고 허가없이 판매한 점이 드러났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후보자는 상대적으로 논란이 크게 불거지지 않았지만 증여세 탈루, 실거주하지 않은 아파트 매매 및 시세차익 의혹 등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후보자를 제외한 4명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사과로 시작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의 흠집잡기에 맞서 장관후보자들의 엄호에 나섰다. 우선 국민의힘의 가장 큰 공세를 받은 임 후보자와 관련해 논문표절과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을 집중적으로 반박했다.
윤영찬 의원은 임 후보자의 가족출장 사례를 두고 "(해외에서는) 공식적으로 주최 측에서 가족동반을 오히려 장려하는 문화들도 상당히 많이 정착되어 있다"며 "아직 그런 문화에 관해 배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문화적 차이"라고 옹호했다.
노 후보와 관련해 박영순 의원은 “지적을 받을 수 있지만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은 특혜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고 조오섭 의원은 “국토교통부 장관을 수행하는 데 치명적 결함이나 도덕적 문제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자의 도자기 과련 의혹을 놓고는 불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삼석 의원은 "(관세청에서) 관세법 위반이 없다고 대답이 왔다"고 말했다. 위성곤 의원도 "고의로 밀수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이 청문보고서 채택 자체를 거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지자 민주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선거를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야당의 동의없이 장관을 임명하는 것을 계속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현정부 들어 야당의 동의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모두 29명이다. 이는 이명박(17명), 박근혜(10명) 정부를 합친 규모보다 더 많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임명동의요청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 절차를 마치고 청문경과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여야의 이견으로 청문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으면 청와대는 10일 안에 보고서를 다시 송부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만약 그 뒤에도 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7일과 8일 이틀 동안 열리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