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왜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지분은 포기하면서 삼성전자 지분은 법정비율대로 받았을까?
30일 공개된 삼성 오너들의
이건희 전 회장 지분 상속비율을 보면
홍라희 전 관장이 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지배력은 유지하면서 3남매의 우애는 지키는 쪽으로 상속구도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 간접적으로 지배하도록 하면서 재산규모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지분은 모두가 수긍할 수 있도록 배분했다.
애초 재계에서는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를 향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전자 지분이 대부분 이 부회장에 집중될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했다.
이 과정에서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주식재산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홍 전 관장이 앞으로 물려줄 주식재산에 또 상속세를 내는 일을 피할 것이라고 봤던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삼성 오너들은 이 전 회장의 삼성전자 보유지분을 법정비율대로 나눴다. 홍 전 관장이 9분의 3을,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9분의 2씩 상속했다.
이 상속으로 홍 전 관장은 삼성전자 지분율이 기존 0.91%(5415만3600주)에서 2.3%(1억3724만4666주)로 높아져 개인 최대주주에 올랐다.
홍 전 관장이
이재용 부회장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삼성전자의 직접 지배력을 확보하는 부담을 감수한 것은 가족들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상속 과정에서 만약에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막기 위한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18%(2억4927만3200주)는 30일 장 마감가격 기준으로 20조3천억 원어치다.
이 전 회장이 남긴 유산이 대략 26조 원가량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지분은 상속재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그런 삼성전자 지분의 상속을 이 부회장에 집중하는 것은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4조5천억 원가량의 상속재산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홍 전 관장이 상속해야 할 지분만
이재용 부회장에 넘겨준다는 선택지도 같은 관점에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반발할 여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홍 전 관장이 상속한 삼성전자 지분의 가치는 6조8천억 원에 이른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으로서는 홍 전 관장이 삼성전자 상속지분을 받지 않는다면 이를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3분의 1씩 나누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 (왼쪽부터)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
이런 점을 감안해 홍 전 관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지배하는 구조을 마련해 주면서 삼성전자 지분은 법정비율대로 상속하는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홍 전 관장은
이건희 전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상속을 포기하고 그의 상속분을 자녀들에게 나눠주고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더 많이 몰아줬다.
이 전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생명 지분은 절반을
이재용 부회장이, 3분의1을
이부진 사장이, 6분의1을
이서현 이사장이 물려받았다.
홍라희 전 관장은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하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 전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4.18%가 없어도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도록 상속에서 지배력 차원의 우대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홍 전 관장의 삼성전자 지분 상속분에 추후 상속세가 매겨지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는데 그런 부담보다는 오히려 지분 승계에서 우애를 보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홍 전 관장이 판단했고 3남매도 수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홍 전 관장이 삼성전자 지분을 상속하면서 오너들은 이중의 상속세를 감수하면서 평화의 시간를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