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오른쪽)가 26일 국회 본청 앞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최 의원은 소상공인들의 코로나19에 따른 손실보상 소급적용 입법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이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조짐을 보인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체제 종료 이후 쇄신의 흐름이 끊긴 것인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29일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과거 정치인들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속속 정치권에 복귀할 채비를 하고 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이 이런 흐름의 맨앞에 있다. 그는 지난해 4월 제 21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 최근 정계 복귀를 위해 몸을 풀고 있다. 국민의힘의 가까운 의원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 메시지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황 전 대표는 이날 SNS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백신 무한 책임제’를 선언하라. 백신 홍보에 앞서 국가가 국민을 위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하고 설득해 달라”고 적었다. 백신 접종 부작용과 관련해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약속하고 명확한 보상한도를 정해 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황 전 대표체제에서 원내대표를 맡았던
나경원 전 의원도 이날 오전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 인터뷰에서 “내년 정권교체를 위해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며 정계 복귀의 뜻을 내비쳤다.
당 일각에서는 황 전 대표나 나 전 의원의 정계복귀 움직임을 놓고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두 사람의 강경투쟁 노선 탓에 당이 국민들에게 외면당했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도로 한국당’이 되는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나 전 의원도 이를 의식한 때문인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황 대표식 정치나 투쟁이 나와 맞지 않는다. 조금은 결을 달리한다”면서 황 전 대표와 거리를 뒀다. 그는 황 전 대표의 정계복귀를 놓고 “좀 천천히 복귀하며 정치권 밖에 머무르는 게 좋지 않을까”라며 정계복귀를 반대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박근혜 탄핵 부정’을 외치는 당내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SNS에서 “탄핵 판결을 두고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나는 그 생각을 대변한 것이다"며 "탄핵과 관련해 당에서도 엄연히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당이 이를 무시하고 외면할 뿐”이라고 적었다.
앞서 서 의원이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과도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했다. 국회 발언을 두고 당 안팎에서 비판이 이어졌지만 서 의원은 본인 뜻을 공개적으로 재확인한 것이다. 그동안 당 안팎에서 이런 비판이 나오면 잠시나마 숨을 고르곤 했는데 이제 달라진 셈이다.
이런 국민의힘의 '과거 회귀' 현상을 놓고
김종인 비대위체제에서 수면 아래에서 억눌렸던 당내 강성 보수층의 마음이 분출되고 있다는 게 정치권 일반의 분석이다. 김 위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는 개별 의원의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비교적 철저히 통제됐다.
이제 리더십 공백상태에서 당내 노선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전당대회 일정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이라 국민의힘의 지도부 공백상태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과거 회귀 흐름이 국민의힘의 중도외연 확대에 있어 큰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재보선 전까지 꾸준히 외연 확장을 위해 노력해 왔고 이는 선거 과정에서 일정한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의힘의 과거 회귀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밀어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현재 윤 전 총장은 다른 마땅한 대통령선거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야권재편의 ‘키맨’이라 할 수 있다. 야권의 주도권을 놓고 국민의힘과 이른바 제3의 세력이 윤 전 총장을 놓고 쟁탈전을 벌일 조짐마저 나타난다.
양자대결로 수렴되는 대선구도의 특성상 고정 지지층보다 부동층의 표심이 당락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윤 전 총장으로서는 과거로 회귀하는 국민의힘에 들어가는 것을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탄핵과 전직 대통령 사면이 중요 쟁점으로 떠오르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하기는 더 힘들어진다. 윤 전 총장이 현직에 있을 때 두 전직 대통령 수사와 구속수감에 주도적 역할을 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미 국민의힘에서 윤 전 총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총장을 향해 “대선에 나서기 전에 고해성사의 과정을 먼저 거치라”며 “문재인 정권과 함께 이른바 적폐수사를 현장 지휘하며 ‘친검무죄 반검유죄’인 측면은 없었는가”고 따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