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투기 목적이 없는’ 1주택 실거주자까지 세금 부담이 늘어났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여권은 이를 4·7보궐선거 참패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세부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국세청이 발표한 ‘2020년 종합부동산세 고지 현황’을 보면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74만4천 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 2016년 33만9천 명과 비교해 2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또한 종부세 대상 가운데 1주택자 비율은 2016년 25.1%에서 2020년 43.6%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1주택 실거주자는 집값이 올라도 집을 팔아 자산이득을 실현할 수 없으니 그냥 세금부담만 늘고 가처분소득만 낮아진다며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4·7재보선에서 성난 부동산 민심을 확인하고 부동산정책의 '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재산세율 인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등도 있지만 종부세 논의가 가장 활발하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종부세 부과기준 공시가격을 기존 9억 원(시세 12억~13억 원)에서 12억 원(시세 17억 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이 현실화하면 시세 12억~17억 원 아파트를 지닌 1주택자들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현재 9억 원을 기준으로 한 종부세 과세대상은 전국 공동주택 기준 3.7%, 서울 16%이다. 12억 원으로 높이면 전국 1.8%, 서울 2.6%로 크게 줄어든다. 종부세는 애초 '대한민국 1% 부자'에게 매기는 세금이라 했는데 이 말을 다시 현실화하는 셈이다.
민주당은 과세대상이 급격히 줄어드는 만큼 등돌린 부동산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과연 종부세 부과기준을 완화한다고 해서 떠난 부동산 민심이 실제 되돌아올까?
제일 큰 문제는 부동산정책의 일관성이다. 부동산정책의 일관성이 무너지는 순간 시장은 정부정책을 불신하고 '제멋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문재인 정부는 그 동안 꾸준히 종부세를 강화해 왔다. 2018년 9·13 대책으로 기존 2%였던 종부세 최고세율을 3.2%로 올렸고 2019년 12·16 대책에선 4%, 지난해 7·10 대책에선 6%로 올렸다. 그때는 왜 세율을 올렸고 지금은 왜 내리려 하는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는 1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종부세 기준을 현실에 맞게 상향시켜야 한다'는 문진석 민주당 의원의 의견에 “상향 조정을 검토할 여지가 있지 않으냐는 의견을 많이 들어서 짚어보고 있다”면서도 “그것이 잘못된 시그널이 돼서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성난 부동산 민심'이 과연 종부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까.
현재 9억 원을 기준으로 종부세 과세대상은 전국적으로 보면 4% 미만이다. 공시가격 9억 원인 아파트에 부과되는 종부세는 2020년 기준 연 8만 원 수준이다. 고령자와 장기주거 공제(70%)를 받으면 연 3만 원가량을 부담한다. 지난해 종부세를 100만 원 이하로 부담한 사람은 전체의 64.9%였다.
혹시 민심의 더 큰 부분은 연 8만 원 때문이 아니라 자산 양극화에 분노한 것은 아닐까.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부동산과 주가가 뛰면서 부자들의 자산이득이 늘어났다. 이미 'K자형 회복'이라는 말이 힘을 얻고 있다.
리얼미터가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0일 조사해 이날 발표한 조사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 따르면 종부세 부과기준 9억 원을 완화해야 하는지를 두고 연령대별로 다른 태도를 보였다.
30대와 40대에서는 오차범위 밖에서 반대가 앞섰다. 반면 20대에서는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였다.
여권은 이런 민심의 진짜 속뜻을 새겨봐야 할 것이다. 어설프게 '종부세 정상화'에 나섰다가 더 큰 민심도 잃고 부동산시장 안정도 놓칠 수 있다. 게도 구럭도 잃는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