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이 반도체기판사업 투자의 열매를 본격적으로 거둬들일 때가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
19일 LG이노텍에 따르면 기판소재(반도체기판)사업의 핵심 생산기지인 구미 공장의 증설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증설 투자는 6월 말 끝난다.
LG이노텍은 구미 공장에서 무선주파수 시스템패키지기판(RF-SiP)과 밀리미터파 안테나패키지기판(mmWave-AiP) 등 통신용 반도체기판의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데 1274억 원을 투자했다.
정 사장은 2019년 대표이사에 오른 뒤 반도체기판 생산능력을 2020년 52만8천 시트까지 늘렸다. 2018년 반도체기판 생산능력은 40만1천 시트였다.
이번 구미공장 증설이 끝나면 LG이노텍의 반도체기판 생산량은 60만 시트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정철동 사장이 반도체기판 추가 증설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기판시장이 호황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혜폭을 극대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조사기관 프리즈마크(Prismark)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기판시장은 올해 19% 성장하는 것을 포함해 2025년까지 연 평균 1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반도체기판시장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연평균 1.9%씩 성장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 다가올 호황 사이클은 상당히 강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LG이노텍이 증설 중인 통신용 반도체기판은 올해 21%, 5년 동안 평균 14%씩 성장할 것으로 프리즈마크는 내다본다. 그만큼 LG이노텍이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시선이 잇따른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통신용 반도체기판은 글로벌 데이터 트래픽이 늘면서 서버용, 네트워크용, 통신장비용 기판의 수요가 강력한 가운데 5G(5세대 이동통신)용 수요까지 더해지고 있다”며 “LG이노텍은 올해 반도체기판사업에서 역대 최고의 수익성을 실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LG이노텍에서 기판소재사업부는 ‘돈을 잘 버는’ 사업부다.
지난해 기준으로 LG이노텍에서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은 카메라모듈사업을 진행하는 광학솔루션사업부가 71%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다. 기판소재사업부는 12.8%에 그쳤다.
그러나 영업이익률로 따지면 광학솔루션사업부는 광학솔루션사업부는 6.7%, 기판소재사업부는 20.3%다. 기판소재사업부가 수익성은 훨씬 뛰어나다.
이에 정 사장은 기판소재사업부의 높은 이익률을 앞세워 LG이노텍 실적 개선의 첨병으로 삼고 있다.
정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르기 직전인 2018년 LG이노텍은 매출 7조9821억 원, 영업이익 2635억 원을 냈다. 임기 2년차인 2020년에는 LG이노텍은 매출 9조5418억 원, 영업이익 6810억 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광학솔루션사업부는 영업이익 비중이 76%에서 66%로 낮아졌다. 대신 기판소재사업부의 이익비중이 32%에서 37%로 높아졌다.
정 사장은 기판소재사업부 육성전략을 통해 LG이노텍 실적 개선뿐만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의 균형까지 잡고 있는 셈이다.
정 사장은 기판소재사업부의 신성장동력 마련에도 힘을 내고 있다.
LG이노텍의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혁수 PS사업담당 상무를 리더로 플립칩 볼그리드어웨이(FC-BGA) 방식의 기판을 연구하는 태스크포스가 꾸려졌다.
LG이노텍은 그동안 플립칩 칩스케일패키지(FC-CSP) 방식의 기판을 생산해왔다. 이 기판은 칩과 기판의 크기가 비슷한 형태로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주로 쓰인다.
플립칩 볼그리드어웨이는 칩보다 기판 크기가 더 큰 형태로 PC의 중앙처리장치(CPU)에 주로 쓰인다. FC-CSP보다 기술 난도는 높지만 그만큼 수익성도 좋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LG이노텍이 플립칩 볼그리드어웨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아직 제품 생산실적이 없다"며 "사업화의 일환으로 보유 기술의 수준과 시장 흐름을 검토하고 있는데 사업화까지 성공한다면 반도체기판사업의 이익 창출능력이 그만큼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