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내년 대통령 선거를 향한 길에서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됐다.
민주당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며 정권심판론에 쏠린 민심을 확인한 만큼 이 지사는 당내 지지세력 확대와 함께 민주당에 등을 돌린 중도층의 마음을 잡기 위한 전략까지 세워야 한다.
7일 저녁 발표된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의 참패가 확실해 보인다.
민주당을 향한 성난 민심은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이 지사 앞에 큰 고민거리를 안겨줬다. 민주당 후보라는 신분 자체가 지지세를 확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반면 이 지사와 양강구도를 구축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앞으로 국민의힘과의 관계 설정을 놓고 여론의 집중적 조명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윤 전 총장은 현정부의 불공정에 저항하다 쫓겨난 이미지를 갖고 있어 민주당의 실정에 분노하고 있는 민심을 쓸어담는다면 지지율을 한단계 더 끌어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지사로서는 민주당에 등을 돌린 민심을 되돌릴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게 고민거리다.
무엇보다 여당 후보로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이 거의 사라졌다.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됐지만 올해 말까지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긴 어려워 경제회복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부동산시장도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공급대책이 조기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어렵다. 자칫 내년 대선이 '부동산선거'가 될 수도 있다.
이 지사는 우선 5월에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지지세력을 확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서민, 청년, 중소상공인 등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선명한 정책으로 중도층의 지지를 넓혀가는 데도 힘을 쏟을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당내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18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들고도 제대로 된 개혁을 못한 것이 민심이반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어 이 지사의 '사이다' 정책이 재평가 받을 수 있다. 이는 당연히 당내 세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오랜 검증과 시련을 통해 다져온 '내공'과 함께 20% 수준의 흔들리지 않는 지지율도 이 지사에게는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기간 TV토론회에서 ‘친형의 강제입원’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넘겨져 2심에서 유죄선고를 받으며 도지사직을 상실할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극적으로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아 도지사직을 지켜냈다.
이 밖에 이 지사는 '혜경궁 홍씨' 논란 등 친문 진영과 갈등을 빚었지만 당내 기반이 적은 비주류 출신임에도 유력 대선주자 자리까지 올라왔다.
반면 윤 전 총장은 20년 넘도록 오직 검사로 지낸 터라 아직 정치무대에서 시련을 이겨낸 경험이 검증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검증 단계가 사실상 시작되지도 않았다. 언제든 지지율이 흔들릴 수 있다. 야권의 다른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은 미미한 상황이다.
기사 내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