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재보궐선거가 끝나고 이제 사실상 대통령선거 정국이 시작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정치적 거취를 결단할 때가 온 것이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국민의힘이 재보선 승리로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마련한 만큼 윤 전 총장도 국민의힘을 발판삼아 대선 행보를 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 정치권 일반의 분석이다.
7일 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 보인다.
국민의힘의 재보선 승리로 보수야권은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할 자신감을 회복했다. 야권의 대선 선두주자인 윤 전 총장도 비록 재보선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지만 야권의 재보선 승리에 따라 여권에 맞설 수 있는 힘을 덩달아 얻게 된 셈이다.
윤 전 총장이 재보선 무대에 직접 뛰지는 않았지만 야권 승리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시선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반문재인’의 상징으로서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피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고 재보선에서도 간접적으로나마 야권을 응원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번 재보선은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이라며 야권을 지원사격했다.
선거 과정에서도 국민의힘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뿐 아니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까지 윤 전 총장을 끌어들이며 일종의 ‘윤석열 마케팅’으로 활용한 바 있다. 재보선에 선수로 뛰는 후보들이 모두 윤 전 총장의 득표력을 인정하고 있었던 셈이다.
야권의 '유일무이'한 대선주자란 점에서 윤 전 총장의 가치는 이제 더 뛸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 조사기관 한국갤럽이 3월30~4월1일 사흘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6313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1천 명의 응답을 받아 진행한 ‘다음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23%의 응답을 받아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공동 선두에 올랐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7%였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4%), 홍준표 무소속 의원(2%), 오세훈 후보(1%) 등은 모두 윤 전 총장에 크게 못 미쳤다.
여론조사의 신뢰 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www.gallup.co.kr)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년 3월9일 열리는 대선까지 1년도 남지 않았다. 달리 대안이 없는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윤 전 총장이 언제, 어떻게 정치 무대에 등판하는지만 남아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재보선 승리로 수권능력을 어느 정도 회복한 국민의힘을 발판으로 삼게 될 것이지만 당장에 입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야권이 정계개편을 앞두고 다양한 변수를 안고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히고 야권 내부 세력구도가 정리된 뒤 정치를 본격화하는 게 윤 전 총장으로서도 안전한 선택이다.
야권 정계개편의 중요한 이벤트가 될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5~6월 무렵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나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입당·복당 문제도 정계개편에 중요 변수다.
이준석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뉴미디어본부장은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선판에서 윤 전 총장이 야권과 함께할 수 있는 타이밍은 첫째가 선거 이후 정계개편이고 두 번째가 후보 단일화국면”이라며 윤 전 총장이 정계개편 타이밍에 국민의힘에 합류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 전 총장이 임기를 마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손을 잡게 될 것이란 관측도 꾸준히 나온다. 야권 울타리 안에 있는 유력 대선주자와 자타가 공인하는 킹메이커의 조합은 전혀 어색할 게 없다.
윤 전 총장이 김 위원장 등 정치권 인사들을 조력자로 모은 뒤 장외에서 가치를 올리며 메시지 관리에도 더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 경제, 시대정신 등 대선 의제들을 준비하며 대선에 나설 실력도 길러야 한다.
윤 전 총장이 당분간 장외에 머물더라도 아주 늦지는 않게 국민의힘과 접접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7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사회자가 ‘김종인, 윤석열이 합쳐진다면 다시 국민의힘과 합쳐질 가능성이 있냐’고 묻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대답했다.
그는 “그 시기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나고 7~8월부터 그런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윤 전 총장은 이제 혹독한 정치 검증대에 오르게 됐다.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와 차원이 다른 검증의 무게를 견뎌야만 한다.
벌써부터 윤 전 총장 장모 최모씨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씨는 그가 대표로 있던 부동산개발회사 이에스아이엔디(ESI&D)를 통해 2006년 경기도 양평읍 공흥리 일대 임야 1만6550㎡와 농지 5필지(2965㎡)를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영농법인이 아닌 부동산개발회사가 농지를 살 수 없기 때문에 최씨의 농지 구입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에 뛰어들려고 검찰총장 자리를 이용했다는 비판에도 직면할 수 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에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박철완 안동지청장은 최근 검찰 내부망에 “전직 총장이 어느 한 진영에 참여하는 형태의 정치 활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법질서 수호를 위한 기관인 검찰의 정치 중립과 독립성을 향한 국민적 염원과 모순돼 보인다”고 적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