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 국민의힘 후보가 '부산 정권'을 3년 만에 탈환했다. 박 후보 개인적으로도 17년 만에 선거에서 승리했다.
박 후보는 선거에서 이겼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러 의혹으로 만만찮은 내상을 입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낙승을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7일 오후 부산시 부산진구 선거사무소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의원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7일 오후 10시15분 63.26% 득표율로 당선이 확실하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는 64.0%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거돈 전 시장이 성추행사건으로 물러난데다 부산의 민심이 집권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쪽으로 일찌감치 기울었던 덕분이다. 후보자 등록 전부터 여러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와 20% 안팎으로 지지율에서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선거 막판까지 해운대에 위치한 고급아파트 엘시티의 특혜분양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위기도 없지는 않았다. 자녀 입시 외압 의혹, 청와대 근무 시절 국가정보원 민간인 사찰 관여 의혹 등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부산 민심은 박 후보의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보다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쪽으로 쏠렸다. 엘시티 논란이 ‘정권심판’이라는 대세를 거스르지 못한 것이다.
박 후보의 당선은 국민의힘이 부산 민심을 되찾아오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크다.
사실 보수계열 정당은 지방자치단체장을 민선으로 뽑기 시작한 1995년부터 부산시장을 독점했다. 그러나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오거돈 민주당후보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텃밭인 부산마저 빼앗겼다.
이번에 승리하면서 내년 대통령선거에서도 텃밭으로 삼을 기반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박 후보가 선거에 당선 된 것도 17년 만인 만큼 개인적 의미도 크다.
박 후보는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부산시 수영구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한나라당 안에서 이명박 진영의 '브레인'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그는 2008년 제 18대 총선에 부산 수영구 선거구에 재차 출마했지만 친박 무소속 유재중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는 친박계가 공천권을 장악한 탓에 아예 공천조차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2014~2016년 국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뒤 정치권에서 멀어졌다가 2020년 범중도보수를 비롯한 야권 통합을 추진하는 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되면서 정계에 복귀했다.
그러나 박 후보가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에서 부산시장을 탈환한 것은 ‘정권 심판’의 반사이익을 본 측면이 큰 만큼 당장 내년 치러질 선거를 장담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박형준 비리 고발 시민모임’이라는 단체는 박 후보의 엘시티 논란과 관련해 3월31일 박 후보를 경찰에 ‘각종 의혹에 대한 허위사실공표, 직권남용,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 및 수사 의뢰했다.
경찰은 이미 엘시티의 실질적 운영자인 이영복 회장 등을 대상으로 특혜분양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박 후보와 관련한 엘시티 특혜의혹을 두고 새로운 사실이 확인된다면 정치생명까지 위협을 받게 된다.
박 후보는 당장 1년 앞으로 다가온 선거를 위해 부산시장으로서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부산의 발전을 위해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필수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가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점, 더불어민주당이 다음 대선 사수를 위해 가덕도신공항에 힘을 싣지 않을 수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여권의 협조를 얻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 밖에 박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도심형 초고속자기부상열차 ‘어반루프’ 건설 등 온갖 도시개발 공약을 내걸었다. 다음 지방선거는 부산시정 운영능력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