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국내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다지면서 아파트 리모델링사업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김 사장은 가락쌍용1차아파트 리모델링 입찰에 참여하며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이 수주를 기반으로 리모델링시장에서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7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김 사장은 최근 주택건축사업본부 안에 있는 도시정비사업실에 리모델링사업팀을 신설했다.
새로 만든 리모델링사업팀은 사업파트, 기술⋅견적파트, 설계⋅상품파트 등 3개 파트로 구성하고 17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을 배치했다.
재건축규제 강화로 수주물량이 줄어들면서 국내 10대 대형건설사의 대다수가 신규일감을 찾기 위해 리모델링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데 대우건설도 동참하는 것이다.
대우건설의 리모델링사업 참여는 2009년 리모델링 사업 수주이후 12년 만이다. 김 사장은 리모델링 사업의 낮은 수익성 때문에 그동안 리모델링사업 참여를 꺼려왔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부수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골격을 살리되 면적을 넓히거나 층수를 올려 주택 수를 늘리는 주택정비사업이다. 안전진단 강화와 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등 규제가 강화된 재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다.
김 사장은 리모델링사업의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1일 송파구에 위치한 2천여 가구 규모의 가락쌍용1차아파트 리모델링사업 입찰에 쌍용건설·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대우건설은 아파트 리모델링의 시공실적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건설사다. 직접 리모델링 시공을 주도해 리모델링단지의 사업성을 분석한 경험치를 지니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위험성이 적은 곳 위주로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위험성을 낮추고 출혈경쟁을 줄여 오히려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앞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단지는 단독입찰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지역의 리모델링사업은 브랜드힘을 지닌 대형건설사들이 수주경쟁에서 유리하다.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DL이앤씨의 ‘아크로’, 대우건설의 ‘써밋’ 등 프리미엄 브랜드는 재건축 수주전에 활용되는 주요 마케팅수단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프리미엄 브랜드가 리모델링단지에 적용된다는 것은 그만큼 리모델링사업에 대한 업계 관심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대치2단지는 최근 리모델링 후 단지이름에 ‘아크로’를 넣는 방안을 시공사인 DL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이번에 입찰에 참여한 가락쌍용1차아파트 리모델링사업을 시작으로 연간 3천억~5천억 원 규모의 리모델링사업 수주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도시정비사업 수주에서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1분기에만 서울 흑석11구역 재개발과 상계2구역 재건축을 따내면서 도시정비사업 수주실적 7366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수주실적의 80% 정도를 1분기에 올린 것이다.
여기에 리모델링사업도 따내면 도시정비사업부문에서 재개발재건축사업에 리모델링사업을 더하며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진다.
대우건설은 굵직한 리모델링단지 위주로 수주를 노리고 있다. 서울 중구 남산타운단지에 리모델링 홍보현수막을 거는 등 대단위 리모델링사업 수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산타운아파트는 가락쌍용1차아파트 리모델링사업과 같이 대규모 리모델링사업으로 꼽힌다. 단지는 5150세대 수에 이르고 리모델링 공사비가 역대 최대인 9천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수주전략회의 등을 통한 마케팅 역량 강화로 프로젝트의 수익성 및 수주경쟁력을 철저히 검증해 중점 추진 프로젝트를 선정하겠다"며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양질의 프로젝트 수주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시장이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3월 기준으로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조합 설립을 마친 아파트는 61개 단지, 4만4915가구 규모로 2019년 12월 37개 단지, 2만3935가구였던 것보다 단지 수로는 65%, 가구 수로는 88% 증가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리모델링시장 규모가 2020년 17조2900억 원에서 2025년 23조3200억 원, 2030년 30조 원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