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이마트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정 부회장은 이마트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1등 기업이 되려면 우선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마트는 올해 들어 야구단 SSG랜더스를 인수한 데 이어 이마트 자회사 SSG닷컴이 여성패션숍 W컨셉을 사들였다.
정 부회장은 기업가치가 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뛰어들었고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50%를 매입해 100% 자회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마트와 스타벅스 미국 본사의 합작법인으로 현재 양측이 5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 이상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고 2020년 영업이익 1644억 원을 내는 등 현금창출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 부회장이 그동안 보여줬던 사업 스타일에 비춰보면 최근 이런 행보는 결이 다르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해외의 유통사업 모델을 참조해 다양한 유통실험을 펼쳐왔지만 대부분 자체역량을 키우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정용진표’ 사업의 대표적 성공사례인 스타벅스나 복합몰 스타필드,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등은 모두 인수합병이 아닌 계열사의 투자를 늘리는 형태로 진행됐다.
그러다 유통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는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마트는 2019년 주력인 대형마트사업의 이익 창출력이 악화되면서 2018년 대비 영업이익이 67.5% 급감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2019년 3월 SSG닷컴을 출범하며 급격히 커지는 온라인시장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SSG닷컴은 모회사인 이마트의 오프라인 유통 경쟁력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신선식품’ 강자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SSG닷컴이 국내 이커머스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은 2020년 기준 3%에 불과하다. 오래전부터 이커머스사업을 시작한 네이버(17%), 쿠팡(13%), 이베이코리아(12%) 등 선두권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다.
정 부회장은 후발주자인 이마트가 이커머스 경쟁에서 이기려면 인수합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이커머스시장은 고객을 더 끌어오기 위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어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경쟁사인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약 5조 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등 규모를 더 키우기 위한 사전작업을 마쳤다.
결국 국내 이커머스시장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지 않고는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 외에는 그만큼 한 번에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매물이 없고 앞으로 다시는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인수 예상가가 5조 원에 이르러 부담스러운 것을 제외한다면 온라인사업을 확대하고 싶은 기존 유통업체들이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현재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2020년 말 기준으로 현금과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을 합쳐 약 1조4276억 원의 자금밖에 없다. 이베이코리아의 추정 몸값인 5조 원에 턱없이 못 미치고 인수 경쟁자들과 비교해도 현금여력이 부족해 보인다.
다만 다른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이 지원하거나 이마트의 건물이나 토지를 유동화해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보유한 건물과 투지 등 유형자산만 해도 10조 원이 넘는 만큼 자금 마련에는 문제가 없다”며 “이마트는 이미 2019년부터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일부 지점을 매각하고 임차하는 방식으로 자산유동화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사모펀드(PEF)와 접촉하는 등 컨소시엄 구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네이버와도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놓고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구체적 자금 마련 계획을 말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인수전에 참여했다”며 “자금 마련을 위한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 완전 자회사 편입도 현금 창출원을 굳건히 구축하겠다는 뜻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