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 TSMC의 류더인 회장이 최근 미국과 유럽 등의 자체 반도체산업 육성방안을 비판했다.
31일 일본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류더인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모든 국가가 추가적 반도체 생산능력을 구축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비현실적”이라며 “완전한 자립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미국의 반도체사업 육성을 에둘러 비판했다.
미국은 자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반도체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와 함께 연구개발 등에 수백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제공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도 10년 안에 세계 반도체의 20%를 유럽에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투자에 나섰다.
류 회장은 최근 세계적 반도체 공급부족의 원인이 대만에 있다는 일각의 의견에도 반박했다.
류 회장은 “대만에 반도체 생산이 집중돼 있다는 점은 반도체 공급부족의 이유가 아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붕괴, 미국·중국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 전염병에 따른 디지털 전환 등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하는 일이 공급망에 큰 불확실성을 일으키고 있다고 봤다.
TSMC, UMC 등 대만 파운드리기업은 지난해 자동차기업들이 반도체 주문을 줄이자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능력을 IT기기용 반도체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는 올해 자동차시장이 회복되면서 다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용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시설 전환에는 최소 몇 개월이 걸려 단기간에 공급부족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류 회장에 따르면 현재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일부 기업들이 실제로 필요한 반도체보다 더 많은 양을 계약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류 회장은 “현재 전체 반도체 생산능력은 여전히 시장의 실제 수요보다 크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긴급한 수요가 어디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매우 신중한 시장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