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국무총리가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발언에 앞서 마이크를 조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세균 국무총리가 다음 대통령선거를 향한 행보를 본격화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에 복귀할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물론 부동산부패 청산을 위한 정권 차원의 총력대응이 시작된 마당이다 보니 내 몰라라 하며 당에 복귀하기가 쉽지 않다.
30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 총리는 애초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인 4월 중이나 늦어도 5월 초 총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컸으나 이제 이 시점을 장담하기 힘들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정 총리의 다음 대선 도전 자체는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보궐선거 이후 곧장 대선 국면이 열리는 만큼 정 총리도 대선에 도전하려면 발걸음을 서둘러야 한다.
문제는 정 총리가 총리를 내려 놓기 어렵게 정국이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투기 의혹은 여권의 대형악재로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 정 총리의 행보에도 불확실성을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토지주택공사 사태의 후속조치를 놓고 “전수조사는 총리실이 지휘하되 국토부와 합동으로 충분한 인력을 투입해 한점 의혹도 남지 않게 강도 높게 조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정 총리로서는 총리실이 토지주택공사 사태의 후속조치를 맡게 되면서 코로나19 방역에 더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국정현안이 하나 더 추가됐다.
정 총리가 대선까지 바라본다면 총리에서 물러나기 전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놓는 일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던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자리를 내놓는 모양새는 정 총리의 대선 행보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정 총리는 11일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발견했다는 내용의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조사결과 발표는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야단맞을 것은 맞으면서 국민의 분노를 부동산부패의 근본적 청산을 위한 동력으로 삼아 달라”고 말하면서 부동산부패 청산에 총력대응을 시작했다. 행정력과 수사력을 총동원하는 수준이라 가시적 성과를 내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정 총리로서는 이를 두고 대선에 뛰어들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정 총리가 총리로 일하는 기간 내내 매달렸던 코로나19 방역도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수 400명 대가 계속 이어지는 등 뚜렷한 개선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 총리는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앞으로 2주 동안 하루 확진자 수를 200명 대로 줄이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 총리의 행보에 중요한 변수는 재보궐선거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보궐선거의 결과가 정 총리의 대선 도전에 미칠 구체적 영향을 놓고는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여권의 재보궐선거 승리로 문재인 정부를 향한 지지가 재확인되는 상황이 정 총리에게도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정 총리가 문재인 정부의 총리를 맡은 만큼 정부와 여권을 향한 지지율과 정 총리를 향한 지지는 연동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후임 총리 인선 등 정 총리가 총리를 내려놓기에 부담이 적은 상황이 마련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반면 여권의 패배가 오히려 정 총리에게 확실한 총리직 사퇴 명분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이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하면 정국 쇄신 차원에서 개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 분명한 만큼 이 위원장과 지지층이 겹치는 것으로 분석되는 정 총리가 당내 친노, 친문 등으로부터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정 총리는 23일 세종시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국가균형선언 17주년 행사에서 자신과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인연을 강조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그는 “16대 대통령선거 때 대선기획단 정책실장으로, 참여정부 출범 이후에는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고 국가 균형발전을 기획하고, 정책 추진에 참여했다”며 “세종시에 들어설 때마다 노무현 대통령의 미완의 꿈을 반드시 완성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