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호반산업의 외형 확대와 신사업 확보에 힘을 싣고 있다. 호반산업은 차남 김민성 상무가 최대주주로 있다.
김 회장은 장남 김대헌 사장의 호반건설에서 지분 승계가 어느정도 마무리됐고 회사의 규모도 충분하다는 판단 아래 대한전선 인수의 주체를 호반산업으로 고른 것으로 보인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김상열 회장은 인수에 따른 사업 시너지와 호반산업의 규모 확대 필요성 등을 고려해 대한전선 지분 인수의 주체를 호반건설이 아닌 호반산업으로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호반산업은 29일 대한전선 지분 40%를 25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동반매수권 발동 여부에 따라 호반산업이 인수하는 지분은 54.03%, 거래금은 4천억 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호반산업은 지분 41.99%를 보유한 김민성 전무가 최대주주다.
김 회장으로서는 장남이 최대주주로 있는 호반건설은 매출규모와 시공능력평가 등에서 성과를 낸 만큼 다음 단계로 차남의 호반산업을 키우려는 것일 수 있다.
호반건설은 김대헌 사장이 지분 54.7%를 확보하면서 일찌감치 지분 승계를 마무리했을 뿐 아니라 매출규모도 2조 원 중반대로 성장했다.
시공능력평가에서도 2019년 10위에 오르는 등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평가된다.
반면 호반산업의 매출은 2019년 기준 6841억 원으로 호반건설 매출 2조4837억 원의 27.5% 수준으로 규모가 크지 않다.
대한전선의 매출이 1조5967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로 호반산업의 매출규모도 어느정도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은 호반그룹에서 토목을 담당하는 호반산업이 대한전선의 인수로 시너지효과가 크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현대건설에서 토목경험을 오래 쌓은 김진원 사장을 호반산업의 대표이사로 영입하고 토목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써왔다.
호반산업은 경전철, 수도권광역철도(GTX), 도로 등 다양한 토목사업을 수주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태양광과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시너지 기대감을 높인다.
호반산업은 지난해 6월 전라남도, 신안군, 한국수력원자력, LS일렉트릭, 해동건설 등과 주민참여형 그린뉴딜 공동사업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 협약에 따라 전남 신안군 비금면 일원 염전부지 224만8천 ㎡에 200MW 규모의 육상태양광발전 사업이 추진된다. 사업비는 3750억 원이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대한전선과 시너지를 고려했을 때 토목 중심에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추진하고 있는 호반산업이 인수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대한전선의 인수가 호반산업의 매출규모 확대에 얼마나 기여할 지는 아직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전선은 전선업계에서 가장 오랜 업력을 갖고 있으며 LS전선의 뒤를 이어 국내 전선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단지에 필요한 해저케이블 관련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해저케이블 관련 기술을 지니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대한전선은 한국 정부뿐 아니라 세계 각국 정부가 투자를 늘리고 있는 해상풍력발전 등 그린뉴딜분야에서 새로운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회사로 평가된다.
대한전선은 2020년에 유럽에서 규모가 큰 전력케이블사업을 여러 건 수주하며 유럽시장의 발판을 닦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