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수주를 노리는 체코 원전 입찰에서 입찰 대상국을 상대로 진행되는 보안평가와 체코 총선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안 평가와 체코 총선 결과에 따라 러시아가 최종 입찰 대상국에서 제외된다면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주 가능성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한수원 안팎에 따르면 체코 산업통상부는 최근 두코바니 원전사업의 잠재적 입찰후보와 입찰일정을 발표했다.
두코바니 원전사업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천~1200MW 규모의 원전 1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총사업비가 8조 원에 이른다.
체코 산업통상부는 원전 수주를 희망하는 후보군에서 중국 중국광핵집단(CGN)을 제외한 러시아 로스톰, 한수원,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를 잠재적 입찰후보로 선정했다.
체코 산업통상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4월부터 12월까지 보안평가를 진행한 뒤 12월 입찰후보자 명단을 확정한다.
체코 산업통상부는 2022년부터 후보자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2023년 우선 공급업체를 최종 선정한다. 두코바니 원전 공사는 2029년부터 시작하고 2036년에는 시운전에 들어간다.
이번 수주전에서 입찰 후보자 명단을 확정하기 전에 시행될 보안평가가 한수원의 원전 수주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의 강력한 경쟁자인 러시아가 보안평가에 따라 최종 입찰 후보자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코 산업통상부는 체코 상원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야당들이 에너지 안보를 위해 러시아의 입찰 배제를 주장하자 이를 받아들여 입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보안평가를 하기로 했다.
체코 보안정보국(BIS)은 지난해 11월 발간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가 체코에서 정보활동을 진행하며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분열시키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경고한바 있다.
체코 산업부는 잠재적 입찰 후보자들로부터 회사의 지배구조 및 재무지표, 사이버보안과 원자력 안전제어시스템, 품질관리 및 기술이전 등에 관한 정보를 제출받아 보안평가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10월에 열리는 체코 하원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한다면 러시아가 입찰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체코는 대통령제를 가미한 의원내각제 국가로 하원 의석의 다수를 차지한 정당이 정부 내각을 구성한다.
이와 관련해 카렐 하블리체크 체코 부총리 겸 산업통상부 장관은 잠재적 입찰후보를 발표하면서 “최종 결정은 다음 정부에 달려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체코 원전사업 수주전에서 배제된다면 한수원과 미국, 프랑스의 3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수원은 체코가 신규 원전사업 모델을 확정하는 데 도움을 줬기 때문에 미국과 프랑스보다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한다.
한수원은 지난해 2월 체코에 설계부터 구매, 시공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턴키방식의 사업모델로 제안했고 이를 체코 정부가 신규원전 사업모델로 채택했다.
한수원은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중공업, 대우건설 등으로 구성된 입찰 전담조직을 꾸려 체코 원전사업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또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체코를 방문해 현지 원전업체 4곳과 원전 전주기 협력체계 구축, 현지화 협력 등을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정 사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체코에서 신규 원전 입찰일정이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내년에 본격적으로 입찰에 들어간다”며 “어떻든 건설과 준공에는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고 체코 정부가 통보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