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HMM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배 사장은 수에즈운하 사고 수습이 장기화 될 것에 대비해 우회항로를 이용하는 방안을 비롯한 다양한 대책을 세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배 사장이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까닭은 HMM 실적에서 유럽 노선을 오가는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HMM은 지난해 2만4천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박 12척을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노선에 투입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연료비를 2019년과 비교해 1767억 원 줄였고 화물을 선적하고 하역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인 항화물비를 1716억 원 절감할 수 있었다.
항로별 매출을 따져 봐도 유럽 노선은 2020년 기준으로 HMM 전체 매출의 21.8%를 차지해 미주 노선(47.4%)에 이어 2위를 보일 정도로 비중이 높다.
HMM은 2020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6조4133억 원, 영업이익 9808억 원을 거뒀다. 특히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가장 좋은 실적으로 배 사장으로서는 지키고 싶은 성적일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선박들이 이동하기 위해서는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것이 효율적 항로인데 이번 사고로 길이 막히면서 HMM의 실적흐름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수에즈운하는 하루 평균 51척의 선박이 통과하는데 이미 100척 수준의 선박들이 운하 안팎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으로 정상화 시점은 현재 미지수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좌초된 에버기븐은 2만388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으로 너비 59m, 길이 400m에 이르러 선박 예인 과정에서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하단에 있는 모래를 파내는 작업이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선적돼 있는 컨테이너박스를 내려야 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MM은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을 유럽으로 가는 노선에 1척, 돌아오는 노선에 1척씩 매주 2척을 투입하고 있다. 다만 아직 수에즈 운하에 진입해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곤란을 겪고 있는 선박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배 사장은 사태가 장기화 될 것에 대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을 돌아가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운업계에서는 희망봉을 돌아가는 선택을 하게 되면 손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상하이에서 로테르담까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면 전체 항해거리는 1만525마일이지만 남아프리카를 우회하면 1만7246마일로 64% 멀어지고 최소 2주의 기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희망봉을 돌아가는 우회항로를 선택하면 아프리카를 돌아가게 돼 기착할만한 큰 항구가 없고 소요시간을 줄이기 위해 운항속도를 높여야 해 유류비가 많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HMM은 구체적 손실규모와 관련해 확실하게 정해진 사항이 없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HMM 관계자는 “수에즈운하가 막히면서 유럽 노선을 오가는데 어려움이 생긴 것은 맞지만 이른 시일에 해결되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며 "수에즈 항만 당국쪽에서 상황을 알려주고 있어 복구작업 진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